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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香

찬비

by 선 인장 2009. 10. 31.

 

 

                                                              

 비가 더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날이 참 맑습니다

대지 위의 습한 기운을

그렇게 햇님이 거둬가고 있습니다.


언제였던가

메마른 땅에 비를 뿌려 주었던 님의 사랑으로 충만했던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던 격정의 세월은.


한때 격정에 떨며

그 격정 속에서 울고 웃고

그 격정으로 하여 대책이 없었던 나는,

가지 말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멀거니 가는 님을 보내야 했던 그런 순간도

그 그리움의 잔재도

 

 

한때 귀히 여겼던..

그것이 고등동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양

언제나 뿌듯해 했고,

감성이 메마른 사람과는 상종치 않으려 했던 어리석음도



쓸어도 쓸어도 군데군데 널린

칠거리광장 모퉁이의

날리는 휴지처럼 부질없고

현실은 언제나 냉혹해

사람들은 또 그렇게 실망을 주고 가고

새 날은 다시 또 시작되는데



저 대지 위에 습한 기운을 몰고 가는 햇님은

내 눈가에 그렁그렁한 이슬도 앗아 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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