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더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날이 참 맑습니다
대지 위의 습한 기운을
그렇게 햇님이 거둬가고 있습니다.
언제였던가
메마른 땅에 비를 뿌려 주었던 님의 사랑으로 충만했던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던 격정의 세월은.
한때 격정에 떨며
그 격정 속에서 울고 웃고
그 격정으로 하여 대책이 없었던 나는,
가지 말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멀거니 가는 님을 보내야 했던 그런 순간도
그 그리움의 잔재도
한때 귀히 여겼던..
그것이 고등동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양
언제나 뿌듯해 했고,
감성이 메마른 사람과는 상종치 않으려 했던 어리석음도
쓸어도 쓸어도 군데군데 널린
칠거리광장 모퉁이의
날리는 휴지처럼 부질없고
현실은 언제나 냉혹해
사람들은 또 그렇게 실망을 주고 가고
새 날은 다시 또 시작되는데
저 대지 위에 습한 기운을 몰고 가는 햇님은
내 눈가에 그렁그렁한 이슬도 앗아 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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