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서 지켜야할 것들.
이곳은 이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이곳은 아직 오염되지 않는 큰 강이 흐르고 있어 시골에 묻혀
살아가는 이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답니다.
인근 명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합류해서 상수원을 이루고
그 아래쪽으로 쭈욱 흘러내린 강이 흘러흘러 바다로 나아갑니다.
얼마전 상류에 대형댐이 생기기 전엔 이곳에서 직접 취수해 먹을만큼
강이 깨끗하고 맑아서 다슬기 강바닥에 지천이고 은어떼 하얀배를
내놓고 살을 찌우던 강입니다.
지금은 인공이 조금은 가미 되었다고 해도 둑을 자연석으로 쌓고
강가 수초지대가 잘 보존돼 있어 물잠자리 꼬리춤을 추고
물고기 천국인 곳 입니다.
넓은 강엔 물고기 떼지어 놀다 사람들의 발자국에 황급히 달아나고
멀어지면 다시 모이곤 합니다.
이따금씩은 장난스런 맘이 들어서 발을 멈추고 있다 물고기들이
모이면 발을 구르며 훠이훠이 하고 소리치면 깜짝 놀라 부랴부랴
달아나는 걸 보며 흐뭇해 하기도 합니다.
살아 움직이는 것들의 생동감에 이사람도 살아 있음을 같이
느끼게 되는 거지요.
이곳은 강변을 따라 쭉 2킬로를 한면에 우레탄을 깔고 한면엔 우레탄과
돌자갈길 포장을 해서 이곳 사람들의 산책로로 운동로로
아주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랍니다.
퇴근 후 어제도 강변에 나갔습니다.
저녁을 먹자마자 서들렀는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강변에 나와
있었습니다.
곧 서녘이 붉더니 어둑어둑해진 강가.
그런데..
그런데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으례히 그렇듯이 꼴불견들이 있더군요.
시원한 강바람에 일상의 때를 씻고 강변을 거닐고 뛰며 지친 몸에
에너지를 채우고자함은 다같은 마음일텐데,
눈쌀을 찌뿌리게 하는 일이 종종 있더라구요.
그 하나로는 일부여성의 화장냄새와 남성들의 땀절은 티셔츠
문제였습니다.
어떤 여성은 찐한 화장에 옆을 지나치면 확하게 풍겨오는 향수냄새가
땀에 섞여서 묘한 악취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런 일들이 평상시 일인지라 나는 한때 밤중에 강변에 나오면서
일부러 화장을 하고 향수를 뿌려서 그러는 줄로만 알았답니다.
냄새도 그러하거니와 땀에 젖어 아이쉐도우가 흘러 내리고 화장이
군데군데 지워져 아주 흉해질 걸 뭐하게 밤에 화장을 하고
나오나 했더니 낮에 한 화장을 지우지 않고 나와서 그런다네요.
그렇게 이해해도 지나친 화장이나 향수는,
오고가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여간 곤욕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맑은공기 마시러 왔다가 지분냄새에 현기증이 났습니다.
땀을 흘리러 나온 길이라면 겨드랑이 등 몸에 향수를 찐하게 뿌린 날은
운동 나온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물수건으로라도 좀 훔치고 나왔으면
하는 게 비단 이 사람만의 바람은 아닐 테지요?!
또 일부 남성들은 또 어떻고요?
며칠을 땀에 절었는지 그 땀에 절은 티셔츠에서 풍기는 악취라니요?!
순간 숨을 멈추고 황급히 그 자리를 피해야 하는 불쾌함이었지요.
물론 당사자들이야 그런 줄도 모르고 위풍도 당당하게 어깨 쫙 펴고
파워워킹한답시고 어깨까지 크게 휘두르고 다니지만요.
어떤 이들은 담배를 손에 쥐고 어깨를 내 젓는가 하면 입에서는
막걸리 냄새인지 소주 냄새인지 풍기는 냄새에다 불콰한 안색에
비틀 거리는 걸음은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그 두 번째로는 차량 문제였습니다.
차량을 강변에 세워두고 쉴 량이면 산책로에서 멀찌감치 세워두고
쉬지 산책로에 바짝 대놓고 에어컨을 켜 놓습니다.
차 안에서 뭣을 하는지 두 사람은 다정해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 열기가 훅훅하고 풍기더군요.
강변에 시원한 바람을 쏘이러 오긴 왔는데도 걷기 싫다면 그 자신을
위해서라도 에어컨을 끄고 차량 유리창을 열고 있으면 더 좋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보행자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멀찌감치 세우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떤 젊은 사내애들은 화물차를 끌고 와서는 차문을 열어놓고
내린 유리창에 맨발을 척 걸쳐 놓습니다.
누워서 자기네들끼리 시시덕거린 건 좋은데 맨발이 창문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고,
더욱이나 지나가는 여성들의 몸매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 또한
불쾌감을 주는 요인이었습니다.
그 세 번째로는 쓰레기 처리 문제입니다
여기저기 삼겹살 파티에 소주 맥주 나눠 마시고 그걸 아무 곳에나
버리고 갑니다.
청정지역을 위해서인지 관계당국에서는 인근에 휴지통 하나 설치해
놓지 않아 아기 기저귀며 휴지며 온갖 쓰레기들이 여기저기에
버려집니다.
아침저녁으로 노인네들 새벽같이 나와서 줍기 치우고 하고,
로터리랄지 각종 사회단체에서도 이따금 청소를 합니다만 치우기가
버리기를 다 감당 못한 듯합니다.
또 하나는 철부지 아이들과 어른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고 강변에 앉아서 아이들과 손발을 맞춰
주위에 있는 돌들을 계속해 강으로 던져 넣습니다.
댐 건설로 이제 수심이 그리 깊지 않은 강을 메꾸려는 심사인지.
아니면 그런 것이야 나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좌우간 사람들의 이기심이란...
오늘도 난 강가를 나갈 겁니다.
좋은 것만 보며 좋은 생각만 하리라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둡니다만
또 속이나 상하지 않을는지요.
그러는 사람들도 시간들이 흐르면 느끼는 바가 있을 터이고,
철없는 아이들도 철부지 어른들도 언젠가는 그 잘못을 알게 될
터이지요.
거기에 비관적이라도 희망을 가져보십시다.
그래야만 실망과 혼란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오늘이,
내일이라는 희망을 꿈꿀 수 있을 테니까요.
또 전할게요.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