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인장 2013. 1. 21. 14:00

 

 

 

 

 

 

 

겨울비가 내린다.

 

여름비는 산골짜기에서 피어나 산꼭대기에서 뭉쳐있다 서서히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반면, 겨울비는 하늘이 낮게 가라앉으면서 순식간에 비를 뿌리는 것 같다.

 

복잡다난한 세상사 때문인지 유달리 눈이 많고 일교차가 큰 겨울날에

 

그건 하나의 신비로움이다.

 

산 그림자에 가려 응달진 곳에 차바퀴로 다져진 눈얼음도 그 굳은 심지를 풀었고,

 

언덕배기 하얀 눈꽃도 물기 먹은 솜 모양 숨이 죽었다.

 

 

 

본디 따뜻한 것은 습기를 품어 눈물바람 잦고,

 

차가운 건 습기를 품기 힘들어 눈물 흘리기 힘든 법이다.

 

자연만 이러할 것인가?

 

사람도 피가 뜨거운 사람은 조그마한 일에도 마음 흔들려 눈물 흘리고,

 

천성이 피가 차가운 사람은 그 삭막한 가슴에 습기 없으니 냉정하기가 초겨울 산밭

 

서릿발 같은 법이다.

 

그리하여 뜨거운 가슴 가진 사람은 언제나 주위에 온기를 나눠 주면서도 자신은

 

상처받기 쉽고, 차가운 가슴을 가진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주위에 생채기를 내게

 

마련이다.

 

그것은 거기에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누가 자기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거나 상대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를 염려하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입은 상처나 손해에 대해선 펄쩍뛰면서 상대에 대한 험담을 하고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사람이 동물보다 천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

 

 

 

물질만능의 세상살이다 보니 조금만 아파도 보험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너나없이

 

입원을 하려하고, 퇴원시기가 왔음에도 엄살로 퇴원시기를 늦추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그 피해야 생업에 쫒겨 병원에서 잡아도 서둘러 퇴원하거나 통원치료를 해야하는 대다수

 

사람들이 입게 됨은 말할 것도 없다.

 

거리에는 지나가는 차량에 일부로 팔을 내밀어 다쳤다고 합의금을 요구하기도 하고,

 

역주행하거나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에 일부러 자신의 차량을 충돌시켜 협박으로

 

이익을 챙기는 사람도 많다.

 

때론 과감하게 경찰에 신고해서 그 목적을 달성하는 뻔뻔스러움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걸 보면 법망의 허술함을 한하기에 앞서 인간에 대한 신뢰가 통째로

 

무너지는 기분이다.

 

이 모든 게 외형을 중시하고 부의 편중이 가져오는 사회병리 현상인데,

 

물질문명 속에서 정신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생기는 일이다.

 

아니,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 하더라도 사회와의 괴리 때문에 그건 교과서에나 있는 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사람의 가치가 교양의 정도가 아니라 걸친 옷의 가치로 평가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에,

 

세상의 윤리나 도덕의 퇴색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일은 얼마나 허망한 일이냐?!

 

 

 

겨울비가 나부끼지 않고 쉬임없이 창을 적시고 있다.

 

순한 마음으로 올곧은 자아를 지키고 사는 일이 때로 힘들어도,

 

내리는 비는 그나마 세상이 살아볼만 하다고 하는 것 같다.

 

마치 차창에 얼룩진 흙먼지 차분히 씻겨내 주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