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지절
우리나라에 사계절이 있는 건 축복일까? 불행일까?
계절이 변해가는 모습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은 축복이겠지만,
농사를 짓는데엔 악조건이 된다.
우리나라에 겨울이 없다면, 농부들은 고추나무를 심어서 몇 년간
안정된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씨앗을 싹틔워 모종을 내어 심을 필요가 없으니,
이미 커 있는 나무에서 열릴 과실들은 한 해의 소출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을 채근해서 열심히 일하게도 하지만,
계절을 건너는 지점에서 약해있는 사람들을 쓰러뜨리는 데에도
일조를 한다.
일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급사하는 계절은 어느 계절일까?
또 가장 많이 떨어지는 계절은 언제일까?
입동지절이 되면 성한 사람들이 갑자기 뇌출혈로 많이 떨어진다.
노인들도 화장실에 가다가 엉덩방아를 찧거나 변기 위에서 급사하는
일이 잦은 것도 이 계절이다.
계절에 미처 적응 못한 혈관질환 때문이다.
확장되고 늘어진 혈관이 차가운 기운에 급격히 위축되고 좁아지면서
뇌로 운반될 혈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갑자기 떨어지면 30분내에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가장 좋은 일이며,
늦어도 3시간내에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뇌의 미세혈관부터 혈액이
응고되기 시작해 이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이때 늦게 발견돼 조치가 늦어지면 뇌 전체로 혈액응고가 번지며,
상당시간이 지나면 의료적으로도 해결하지 못하고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조치가 빠를수록 신체의 편마비가 오거나 사지마비가 오는 확률을 줄일 수
있으며, 운 좋게 상태가 호전돼도 뇌기능 부분 마비로 혈관성치매증상이 온다.
치매증상이 오면 인지장애를 일으켜 사물을 판단하거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며,
말이 어눌해진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상황 사이에서 인지부족으로 화를 내며 난폭해지기 쉽고,
끊임없이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해하거나 자신의 물건을 훔쳐간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게 된다.
이처럼 뇌출혈이나 뇌졸증은 한 사람을 순식간에 망쳐놓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죽게 되는 계절은 또 언제일까?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입춘지절이다.
입동에 상한 몸이 입춘이 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태어난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고들 말한다.
바야흐로 여름과 가을의 온기가 급격히 식어가는 계절을 맞아,
스스로 몸을 보호할 일이다.
따뜻한 물을 마시고 목을 보호하는 일에 게을러선 안되며,
냉기가 도는 물체에 함부로 앉지도 말아야 할 일이다.
차가움은 건조함을 동반한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마찬가지여서 차가운 것은 건조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건조한 것은 무미하고 날카로우며 좁고 험하여, 몸을 해치게 된다.
밤낮의 기온차가 클수록..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일수록 보온에 힘쓰고,
가습과 가온에 힘쓰자.
보기 드물게 입동지절에 쌍무지개가 떴다.
오래 병마에 시달리고 혼탁한 세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꿈을 잃지 말라고..
사는 일을 멈추지 말라고.. 지쳐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