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가기

법과 정

선 인장 2013. 3. 30. 09:32

 

 

 

상대가 있고 감정의 폭발이 있는 폭행의 현장에선 대부분 맞을놈이 맞는다.

 

대개가 일방의 잘못으로 큰소리가 나게 되고, 그것이 발전되면 드디어 주먹다짐이 된다.

 

힘센놈과 약한놈 또는 떼거리와 혼자의 싸움이 아닌 일 대 일이나 몇 대 몇의 대등한 싸움에선

 

분명 그 상황을 만든 놈이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 대부분은 첫대면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 내가 대항하거나 응징한 것이 정당방위가 될 수 있는가?

 

답은 물론 '아니다' 이다.

 

우리나라 법은 상대의 잘못에 대해 사적제재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자신의 가족이 봉변을 당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과연 자기와 가족을 방어하기 위한 행위도 죄가 될 것인가?

 

그렇다면 상대의 침해에도 죄를 짓지 않기 위해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동네에서도 내놓은 파락호가 도발해 온다면 죽어라고 도망갈 궁리만 할 것인가?

 

이에 맞서서 자신과 가족을 지킬 것인가?

 

거기에 누구도 답을 주지 못한다.

 

그러라고 할 건가?

 

아니면 대항하라 할 건가?

 

물론 정답은 그 자리를 최대한 회피하고 공권력을 동원한 해결이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는 게 문제인데,

 

순간적인 울분을 다스리고 차분히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이럴때 무엇이 옳은 일인지.. 과연 정의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모든 인간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거기에 따른 개인의 침해도 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동기의 잘잘못은 거의 따지지 않는 우리나라 현행법의 맹점에 있다.

 

얼마전 '구타유발자'란 영화도 만들어진 걸 보면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구타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처하지도 못하게 만든 법의 이름 앞에 분노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건

 

아닐까?

 

 

 
면회실 작은 구멍을 통해 서로 만져지지도 않는 창에 손을 붙이고  여보 당신을 부르며

 

애통해 하는 중년의 남녀가 있다.

 

무엇이 이들을 갈라 놓았나?

 

그 사건 내용인즉, 경기도 어디쯤에서 살던  새어머니를 맞은 아버지와 새어머니와의 갈등으로

 

가출을  감행한 어느 남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특별한 대책없이 가출한 남자는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노숙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몇년 후 맘에 맞는 8살 연상의 여자를 알게 되었다.

 

병원대합실과 터미널 등에서 날마다 이어진 노숙생활에서의 극적인 만남인지라 서로에 대한

 

애정은 극진해서 노숙을 하면서도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미기 위해 남자는 날일을 다니게 된다.

 

그러나 이미 풍찬노숙에 몸이 많이 망가져 버린 남자는 오랫동안 육체적 노동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돈이 생기는 대로 둘만의 통장을 만들고 싸구려 여인숙 달방이라도 얻어서 새로운 인생을

 

꿈꾸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24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던 중, 옆자리에 앉은 처음 본 남자와 시비가 붙었다.

 

그 남자가 자신의 부인에게 "한번하자. 한번 하는데 얼마냐"며 치근 거리는 것을 만류했지만,


더 거칠게 나오자 분노를 참지 못해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밟아버렸던 것이다.

 

그 후 맞았다고 그 남자는 광주까지 올라가 큰병원에 입원하면서 고소를 하게 되었고,

 

이 남자는 상해혐의로 긴급체포 된 것이었다.

 

피해자(?)는 어디서 못된 것은 배워 가지고 진단을 많이도 떼어서 고소했고, 병원밥으로 호강하며 퇴원할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발도 보고 뻗으랬다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가해자는 합의볼 능력이 안 되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구속이 된 이 남자, 특별히 아는 것도 ..아는 이도 없는 처지에 능력까지 안되니 막막할 노릇이었다.

 

부인이 있다고는 하나 혼인신고가 안된 상태라 법적으론 남남이어서 신원보증인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고,


다른 가족들이야 연락을 끊고 사는 입장이니 보증인으로 와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거기다가 일정한 주거가 없이 떠돌아 다니니 큰 죄가 아니어도 구속이 되버린 것이다.   

 

구속된 첫날 여자는 면회를 마치고도 눈물자국 닦아내지도 못하고 망연히 앉아서 유치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로부터 날마다 세번씩 오는 면회실은 눈물로 얼룩이 져갔다.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말 한마디에 눈물 한방울이니  옆에서 보는 이가 숙연해진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오직 서로에 대한 마음만 가지고 시작한 동거생활이 서로와 한시라도 떨어져 살 수 없는


끈끈함으로 이어져 있었다.

 

처음 몇번만 그러고 나중 교도소에 수감되면  희망을 잃고 다른 길을 찾을 거라는 건 주위의 우려에 그치고

 

말았고, 그 여자는 계속 남자를 찾았다.

 

그 정성이 하늘을 움직였는지 남자는 경찰서를 거쳐 교도소 구치소 미결감방에서  재판을 거쳐 한달만에

 

집행유예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렇게 애타던 연인의 품으로 돌아간 남자가, 여자와 앞으로 살아갈 모습이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