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香
보림사에서
선 인장
2007. 6. 20. 12:18
바람도 숨죽인 산사의 오후
잠들지 않는 물고기 풍경소리에
후~욱
더운 김 뿜어내는 플라타나스잎 사이로
사알랑~
한줄기 바람이 코끝을 간지르고 있었소
대웅전 대적광전 명부전 벽화를 보다가
고개 들어 처마를 보니,
써까래마다 단청으로 꾸민
장인의 숨결이 귓가에 있는 것 같았소
혼자 있어 외롭고
둘이 있어 외롭고
사람들 속에서 더욱 외로운 인생길에서
고립과 퇴색을 피하여
때론 면바지 티셔츠에
짙은 썬글라스 걸치고 슬리퍼를 끌어
장날의 시끄러운 인파에 섞여 보기도 하고
고기 타는 냄새 자욱한 삼겹살 집 골방에서
술 취한 소리를 장단 삼아
노래도 불러 보고...
보조선사 창성탑을 오르다
속세에 때묻은 사람을 거부하는 듯
데~엥
울리는 타종소리에
깜짝 놀라
지금 내가 걷는 길이
흔적으로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