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가기

봄이 오는 길.

선 인장 2009. 2. 14. 21:07

 

 

초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더니 길가 마른 풀잎 사이로 푸릇푸릇한 싹들이 올라오고,

 

살갗을 스치는 바람도 온기를 담았습니다.

 

천변 돌 틈 사이에 자리 잡은 버들강아지는 복슬복슬한 손을 내어 밀고,

 

기왓집 옆 텃밭에 매화는 붉은 입술을 열었습니다.

 

봄 !

 

그렇습니다.

 

정월대보름을 지나면서 어느새 봄은 성큼성큼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불경기로 다들 어려워하는 처지에 최근 창녕에서는 액막이

 

갈대 불놓기를 하다가 관광객이 여럿 죽었고,

 

한양땅 용산에서는 철거민들의 농성으로 애먼 목숨이 죽고 경찰청장

 

내정자가 물러나는 일까지 벌어져서 가뜩이나 움추린 어깨를 더욱 좁히게

 

하는 서민들의 세상살이에 아랑곳없이 자연은 어김없이 계절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어찌보면 계절은 착한 눈망울을 가지고 조그만 변화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소시민들의 목마름에 상관없이 와서 무심한 것 같아도,

 

이 희망없는 시절에 계절의 변화마저 없다면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살아가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봄은 분명 희망의 계절입니다.

 

한동안 꿈의 시체들이 갈색으로 사위어 가는 들녘에 새싹을 피우고

 

꽃을 피워 올려 다시금 세상을 꿈꾸고 다시금 일어서 가자고 용기를 주는

 

계절입니다.

 

겨우내 덮었던 두꺼운 이불을 개고 멍에 같은 외투도 벗어 던지고

 

밖으로 나가자고 속삭입니다.

 

거리는 이미 봄기운이 살을 에는 찬바람을 몰아내고 점령하였습니다.

 

아침 물안개가 꽃으로 피어 목련나무 가지 위에 앉으면 목련이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 꽃잎을 열 준비를 합니다.

 

얼었던 냇물은 졸졸졸 징검다리 사이로 흘러 생명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곧 이곳에 은빛 배를 뒤집어 가며 은어떼 장난스레 올라오고, 붕어 피라미

 

쏘가리 제멋에 겨워 꼬리춤을 출 것입니다.

 

그리고 산에는 봄비가 잠든 생명을 깨워 아이 주먹같은 고사리를 밀어 올릴테고,

 

풋풋한 향내 진한 취나물 도라지 등 경쟁하듯 햇볕에 서로 얼굴 내어 밀겠지요.

 

그때가 되면 하루하루 건조한 땅을 살아가는 우리 눈물 많은 가난한 마음에도

 

봄 색깔이 물들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