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香

산길

선 인장 2009. 3. 4. 10:04

        

                                 

산길을 오르면

 

고웁고 고운  황톳길이

 

황소처럼 정답다

 

 

순해서 쉬이 얼고
착해서 쉬이 울먹인 마음
오늘도 산길은 젖어있다

산길을 오르면
항상 겨울을 버거워하던 

누군가가 생각난다

해마다 눈비진 고난을 맞으면 뭣하랴
옹이진 가슴 옹이진 돌맹이 하나

키우지 못하는데...

 

 

*후기*

산길을 오르면
그늘진 초입부터 땅거죽을 밀고 올라오는
서릿발이 발에 밟힙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서릿발을 밟고 오르던 산길을

내려올 때쯤
황톳길은 녹아 질척입니다.

숲 사이로 난 황톳길은
비가 오면 쉬이 젖고,
눈이 와도 쉬이 얼었다가

금방 녹기도 합니다

해마다 눈비에 젖어도
옹이진 돌맹이 하나 만들지 못하고
곱디고운 입자로 살다가
눈이 오면 눈에 얼어붙고
비가 오면 비에 젖어 울고 마는

산길을
오늘도 난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