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는 길.
항상 생소한 느낌을 줍니다.
그것도 남해안의 바다만 바라보고 사는 이에겐 [서울] 그곳은 멀고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생경한 곳에 4일간 교육이 있어 다녀 왔습니다.
*
가을해가 중천에서 서천으로 향하던 시간, 예매해 논 버스를 탔습니다.
이곳은 서울 가는 고속버스가 하루에 두번밖에 없는터라 일찍이
서두르지 않으면 못타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번엔 이틀전부텀 서두른 보람이 있어 가장 멀미 않고 가장 안전
하다는 기사님 뒷좌석을 차지할 수 있었답니다.
마침 대지의 바람은 자고 오후의 햇살은 차창을 비슷하게 파고
들어와 눈이 부셔왔습니다.
가을답지 않게 더워서 평소 싫어하던 에어컨 바람이 시원할만큼,
올해 여름내내 덥더니 가을이 와도 그 열기가 좀처럼 가시질 않습
니다.
마치도 계절이 바뀌어도 쉬이 식지않는 그님을 향한 내 열정과도
같은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겠지요?!
좌석에 5분여를 앉아 있으려니 60대 할머니 한분이 조그만 등산가방을
들고 내 옆자리에 타시더군요.
여자는 나이를 먹어도 여자라더니 날 별로 경계하지 않은것 같으면
서도 다리끼리 닿을까봐 자꾸 다리를 오무리는것을 보고 혹시 내가
짐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맘이 생겼답니다.
그럴수록 차창쪽으로 다리를 더 모아줘야하는 부담도 생겼구요.
그러다 어쩌다 얼핏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밖이 어두어져 있어
커튼을 젖혀보니 멋진 그림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햇님이 서산에 지기 전에 마지막 불꽃축제를 벌여 놓은듯 서녁은
치자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한뼘만큼의 띠가 서남쪽으로부터 진하게 시작하여 서북쪽으로
점점 옅게 채색돼 있었습니다.
평소엔 무심코 지나쳤는데. 가을노을의 폭은 좁고 길이도 짧더군요.
점점 산이 검어지고 건물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 거리에 가로등도
나란히 줄을 맞춰 불을 달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둠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나 봅니다.
운전석 위에 붙은 시계에 자꾸 눈길이 가고,
몇시에나 도착을 할련지, 가서 지하철은 어디서 타며 어디서 환승을
해야 할련지 갑자기 조바심이 났습니다.
메모지를 꺼내어 지하철 약도를 몇번이나 봤습니다.
서울에 다가갈수록 막히는 고속도로.
'이것이 서울의 모습중 하나일테지, 그래 걱정은 그때 가서 하자'
하고 졸다가 깨다가 도착한 터미날은,
늦게 도착한 이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어디론가 향하는 부산한
발걸음이 한동안 이어지다 잠시 후 정적이 왔습니다.
사람 없고 온기 없는 터미날 안으로 갑자기 찬바람 한 무더기
몰려와 날 이방인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열린 개찰구에서 휭~하니 또 다시 불어온 바람따라 외로움이
물컹하게 안겨왔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갑자기 갈 길이 없어지고, 여행객의 무거운 가방은
불빛이 만든 내 긴그림자와 함께 남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