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노인과 버스
어디로 이동하려면 보통 도보로 가던 시절에서,
이젠 몇미터만 가도 차를 끌고 다니는 시대로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
그래서 아무리 돈이 없어도 젊은사람 일수록 자가용차량에 집착하게 되고 빚을
내어서라도 차를 가지고 싶어한다.
아직도 비싸고 좋은 차들은 신분을 나타내거나 경제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어,
남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며 으스대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사기꾼일수록 좋은 차를 끌고 다닌다.
한번은 사정을 훤히 아는데 최고급 차만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 물었다.
"유지비도 만만찮을텐데 왜 그리 비싼 차만 타고 다니냐" 고.
그 사람 하는 말 "고급차를 타고 다니지 않으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쉽지 않고,
호텔이든 어느 장소에 가도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집은 없어도 차는 없어선 안될 수단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차로 인한 경제적 지출이며
다쳐서 병신이 되거나 죽음에 이르는 등의 부작용도 많지만 이젠 자가용이 없으면
이상케 보일 정도로 생활방식이 바뀌었다.
자가용이 없으면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택시를 잡아서 정당히 요금을 지불하고도 웬지 편안하지 못하고,
자꾸 눈치를 보는 기사에게 먼저 합승 시킬 일 있으면 하라고 편하게 해 준 것이
나만의 방식은 아니였을것 같다.
잔돈까지 안 받으면서 말이다.
택시나 버스의 불친절과 난폭운전 등 대중교통이 우리나라의 교통문화와 자가용 갖기에
일조했음이 분명하다.
아직도 운전면허와 경제력에서 먼 촌로들은 찬바람 속에서 제 시간을 지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하염없이 신작로를 바라보고 산다.
그래도 요즘은 마을입구에 버스승강장을 세워놔서 비바람을 피할 순 있지만,
시골일수록 시간은 정확하지 않고 짐을 들고 타면 버스기사가 짜증을 낸다.
그도 그럴것이 보따리 자체가 크고 때론 물이 흐르기 일쑤여서 버스기사가 환영할 일은
못되는 형편인 것이다.
거기다가 굼뜬 몸으로 그 짐을 낑낑대고 실으려니 좋아할리가 만무하다.
버스 기사입장에서 본다면 이젠 대부분의 마을길도 포장이 되었다지만 구불구불하고,
도로에 낙하물이나 자전거나 오토바이의 불안한 운전 또는 경운기 트랙터 등의 농기계의
수시 출몰과 횡단보도 없는 도로 위를 앞뒤없이 건너다니는 노인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날이면 서서 가는 사람이 더 많은 농촌버스 안에서 급정거라도 하면 중심을 잡지 못하는
노인들은 쓰러지고 다치기 쉬워 안타깝기까지 하다.
버스회사에서는 돈이 안되는 구간을 안가려 하기 때문에 군에서 산간오지를 운행한다는
조건하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사람이 버스를 기다리거나 아예 없더라도 그 구간을 다녀오라는 뜻이다.
촌로들이 자연부락에서 비싼 택시비 지불하지 않고 읍내에 나오는 방법은 버스밖에
없으므로.
팔순노모가 다녀갔다.
아들놈 귀빠진 날이라고 왔다가 집으로 가는 길.
읍 대합실에 버스 시간은 정확한 편에 속하지만, 뭐가 급해서인지 시간이 남았다고 해도
자꾸 서두른다.
대합실 긴 나무의자에 앉아 기다리면 언젠가 버스는 올 것이고,
몸에 익은 습성대로 그렇게 버스를 기다릴 것이다.
그 시간동안 아는 이들을 만나면 아들이 고기 사준 일이며 손에 쥐어준 선물을 부풀려서
몇번이고 자랑할 것이다.
부러워하는 이웃의 얘기를 들으며 엄니는 자식 낳아 키운 보람을 느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