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십이월의 편지
선 인장
2010. 12. 7. 10:02
대지는 메마르고 찬바람 창문 들척이는 날들의 연속인 십이월이 찾아와
계절의 굴곡과 사람 마음의 굴곡을 생각케 합니다.
당신 마음에도 때로 이처럼 황량한 바람 불어올까?
온기 그리워, 뜨거운 시절을 생각하는 때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황량한 대지 위를 거친 숨 몰아쉬며 달리다가 안주하고 싶었던 그 해 겨울,
당신의 온기가 아직도 내 안에선 식지 않는 화로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오늘도 난,
사철 지치지 않는 측백나무 아래에서 손톱을 깎아내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그리움은 손톱처럼 날마다 날마다 길어나,
깎아도.. 깎아내도 자라고 또 자라요.
이렇게 죽을 때까지 손톱깎기를 해야 하는 것처럼,
죽을 때까지 내 안의 당신을
퍼내는 일을 해야 함을 압니다.
기실 사철 지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그리움의 샘은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나를 깨어있게 하고 살아있게 하는 힘!
그것이 당신이지요.
십이월은 바람의 달입니다.
십이월 찬바람 진 곳에 서면 나목처럼 온 몸 다 드러내고 들판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봅니다.
난 오늘도 멀리 북쪽을 응시하고 부딪히는 찬바람 앞에 더욱 절실한
당신의 온기를 생각하며, 찬기 앞에서도 꿋꿋한 측백나무 몸을 만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