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등산할 때.
양근암과..
금수굴
천관산 장천재 방면 입로
시월 첫날 오전 9시 30분.
기온 16도.
산에는 안개가 조금 걸려있는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
직원들 산상워크샾 시작이다.
회사 정문에서 미니버스와 승용차량이 출발하고, 농촌들녁을 가로지르는 국도를 따라 천관산 도착.
입구에서 등산로를 1코스로 등산하여 3코스로 하산하는 걸로 결정.
기념사진을 찍을 때,
단체사진 잘못 나와 분위기 망칠까를 걱정하다 꼿발을 딛고 젤 마지막줄에서 찰칵.
주차장에는 벌써 많은 버스와 승용차가 와 있고,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등산객들의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행렬 맨 뒤를 따라가며 카메라에 몇 컷 담았다.
대개의 단체등반이 그러하듯 선두에서 조금만 빨리 끌어도 뒷사람들은 따라가기가
힘이 든다.
게으름이 붙여 논 살들이 자꾸만 쉬자고 하는 걸, 따라가자니 영 힘이 들었다.
직원중에 이젠 막 결혼한 직원도 있고 과장부인도 따라 나섰는데,
그 일행과 마지막 그룹을 이루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도 맨날 그 그룹이다.
남자들은 옛선조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시각적인 자극에 민감하다.
원시 사냥시대에는 사냥터에서 짐승이 어디있는지 살피려고 키를 키워야 했으며,
시각도 좋아야 했으리라.
그 유전자를 물려 받은 남자들은 시각적인 자극에 민감하고,
아기를 낳아서 키우면서 여자들은 촉각적인 자극에 강하도록 발달되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산행에서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은 앞서 올라가는 여성의 뒷부분을 훔쳐보는 행운인데,
여자에게 말할 수 없는 남자들만의 은밀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앞서 올라가는 사람은 몸을 주로 굽히고 올라가므로 특히 두드러진 둔부의 위치가
내 얼굴 앞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가파른 길을 오를 때에는 팬티라인이 선명해지고 덧대어진 부분은
유난히도 시선을 자극한다.
물론 시각적인 부분이 더 발달한 남자로서야 여자의 뒷모습을 훔쳐 보는 것 자체가
은밀한 즐거움이지만, 이쯤되면 민망해져 저절로 얼굴이 붉어진다.
등산객 특히 여자들은 산에 오를 때 너무 꽉 낀 등산바지를 입지 말아야 한다.
내 뒷모습과 엉덩이를 자랑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대개의 명산들은 대부분 돌산이다.
돌산은 표토가 깊지 않아 큰 나무들을 키워내지 못하고 등산로에는 잔 자갈이 많아
쉬이 미끄러진다.
몇 번 미끄러지면 몸에 힘이 빠지고 지치게 된다.
이때 등산지팡이는 몸의 균형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내장된 스프링이 밀어 올려주어
훨씬 힘이 덜 들게 한다.
해서, 높은 산에 오를 땐 특히 지팡이 소지를 권하고 싶다.
입안이 탈수록 물은 조금씩 마시고 입안을 먼저 헹구듯 머금다 삼키는 게 중요하다.
특히 등산 전 술을 마시면 숨이 더 가빠져 헥헥대게 하는 원인이 되므로,
술은 정상에서 취하지 않도록 마시고 하산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리고 좁은 등산길에서 내려오고 올라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자.
"수고하십니다". "행복하세요" .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등의 인삿말은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수줍어서 먼저 인사를 건네지 못한 나로서도 거기에 화답을 하게 되고,
힘든 상황에서 낯모르는 이에게서 받는 인사는 굳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힘을 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부분의 단체 산행은 죽어라 정상만 바라보고 올라갔다가 쫓기듯 내려온다.
올라갔다 온 게 하나의 훈장도 아니고 자랑거리도 아닐텐데 그리 바쁜 걸음을 서둔다.
이렇다보니 주위 풍광이야 거의 보지도 않고 잠시 쉴 때에만 눈에 담는다.
그리고 하는 말이 "아, 좋다~" 이다.
'아, 좋다 '보다 더한 감동을 받는 이 몇이나 될까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산악회 등 단체로 움직이는 데에 대한 단점은 선두가 먼저 길을 잡고 나서면 따라가야 하고,
하산하면 거기에 맞춰야 하는데 잠깐만 한 눈을 팔면 아주 멀어져 뒤쳐진 사람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고 만다.
그러나 정작 내려와서는 음식점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이다.
산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
정상에 도착해서야 겨우 좋은 풍광 앞에 사진 몇 장 찍는 게 기념인 사람들.
이런 사람일수록 이 산 저 산으로 등산 횟수는 많은 이유는 뭘까?
양근암을 보고 올라갔다가 금수굴 코스를 타고 내려왔다.
양근암과 금수굴은 같은 높이, 다른 골짜기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마주보고 서 있다.
풍경을 주로 담아내는 블로거는 아니지만 이웃들과 소통하는 블로거의 의무로서
사진 몇 장이라도 담아와서 올리고 싶어 이제 막 피어나는 억새의 향연을 열심히 담았는데,
사진이 흑백으로 찍혀서 올리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높으신 분들과 동료들에게 메일로라도 보내주기로 했는데 실없는 사람이 되버렸다.
2011.10.09(일) .
전남 장흥군 천관산 연대봉에서 제 18회 천관산 억새제가 열린다.
해마다 이 때에 열리는 억새축제다.
호남의 5대 명산인 천관산(해발 723m)은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 경계에 자리잡아
제각기 다른 모습을 지닌 바위들이 솟은 기암괴석과 가을의 아름다운 억새평원으로
가을 산악관광의 대표 축제장으로 꼽히고 있다.
발품을 다시 팔아서 풍광이라도 담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