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프로그램 전성시대
현대인들에게 대중문화의 선도자는 무엇일까?
그것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텔레비전이다.
실시간 뉴스를 전하여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이 텔레비전은, 현대인들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기기임에 틀림없다.
도시화 집중화와 과다한 경쟁사회 속에서 웃음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텔레비전(이하 티비)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13년!
대한민국 방방곡곡 빈자와 부자 모두 공평한 티비 시청권을 가졌으니 아무런 생각없이 똑같은 화면을 보고
가진 자나 못 가진 자가 똑같은 웃음을 가진다면 이건 공평한 일일 수도 있겠다.
주말, 생각없이 티비를 튼다
공중파 티비 3사가 앞다투어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오락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주말이면 더욱 이곳저곳에서 같은 시간대에 경쟁적으로 오락프로그램을 내보내는데 때론 재방송까지
편성해서 계속 내보내고 있어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중에는 운동경기나 놀이문화를 통한 배우의 과도한 몸짓으로 웃기기나, 밀림에서 현지인들의 사는 방식을
배워가는 현대인의 대자연 앞에서의 서투름과 나약함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몸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자막으로 설명해가며 사전녹음된 여럿의 웃음을 들려주면 대부분은 따라서 웃게 된다.
특별히 우습지 않아도 웃게 되고, 이 경우 웃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같이 웃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해지기도 한다.
머리 아프고 깊이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현대인들에게 생각없이 웃는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축복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양한 오락프로그램들은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고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고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순기능도 있지만, 억지 웃음을 유발하여 사람을 경박하게 만드는 역기능도 있는 것 같다.
억지로 멍청해 하고, 억지로 자빠지는 이러한 우스꽝스러운 몸놀림 앞에서 어른 아이없이 하하 호호 깔깔하는 것이
좋게만 보이지 않는다.
티비 앞에 모여서 박장대소를 하는 사람들이 때로 한심하게만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거기에 갈수록 사막화 되어 가는 현대문명에 웃을거리가 적고 감성이 무뎌져 버린 현대인들이 있다.
오락프로그램의 전성시대는 분명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다.
거기엔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을 모르는 현대인의 비애가 담겨있다.
주위를 살필 겨를없는 성장일로의 정책 속에 과다경쟁이 부른 현대인들의 회색빛 얼굴.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이 귀한 줄을 모르고 외려 깎아내리고 공격하는 어리석은 현대인들.
전국 어디나 일일생활권이 된 지 오래이고 누구나 티비나 스마트폰을 가지게 된 한국인들은,
오늘 과연 얼마나 행복한 걸까?
자살율 최고, 자동차사고율 최고, 학교폭력 발생율 최고, 정신질환 최고율을 가진 한국이라는 나라.
정신문명 후진국이 아닌가?
오락프로그램이 전성기를 맞고 웃을 거리를 만들어 줘도 사람들의 가슴은 비어만 간다.
예전엔 신작로를 힘겹게 리어커를 끄는 할아버지를 뒤에서 밀어서 도와주는 일이 감동을 주는 일이었다.
선행이 인간미이고, 사람이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 감동이고, 오랫동안 미소 짓게 만드는 일임을
교과서를 통해서도 그리 가르쳤다.
현대인들은 사람이 돈보다 가치있는 것임을 느끼고 배울 기회가 없고, 그러한 촉수가 없으니 경박해진다.
혹자는 그럼 가족이 모두 둘러 앉은 시간에, 공감하고 같이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느냐고 반문할른지도
모른다.
또 오락프로그램을 즐겨 찾는 이 모두를 가슴이 삭막하고 수준 낮은 사람으로 매도하는 건,
지나친 편견이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웃지 말자는 게 아니다.
개그 프로에서도 웃을 수 있고 연속극을 보다가도 웃을 수 있다.
말초적이고 단발적인 상황에서의 헤픈웃음이 문제인 것이다.
억지 웃음소리를 들려주지 않더라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건전한 웃음과 잊혀지지 않는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아쉽다는 말이다.
감동을 잊어가는 현대인.
감동을 잃어버린 현대인.
이 삭막한 가슴에 무슨 인간애가 필 것이며, 무슨 애틋함이 있으랴 !
오락프로그램에 빠진 한국인!
정치도 식상하고 지겹고, 사람도 싫어진다.
차츰 단발적 흥미를 유발하는 오락프로그램에 너나없이 수시 때때로 재방송까지 다시 보면서
하하깔깔거리고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웃는 게.. 오락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러한 것에 너무 빠진다는 것 자체가, 깊이 사고하고 고뇌하고 성찰하고 배려하는 인간다움을
상실해 가는 길이 아닐까 염려된다.
또한 가볍고 줏대없어져 외부자극에만 반응하는 불투명 인간성을 만드는데 일조할까를 염려하는
마음이다.
현대 물질문명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사람들을 소외 시키고 획일화하고 가슴을 사막화 한다.
그것이 오락프로그램처럼 단발적이고 가벼운 볼거리에 집착을 가져오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젠 애완견보다 사람이 더 값어치 없는 시대가 아닌가?!
인간이 가치없고 인간이 천박해진 이 시대에, 우리는 외롭고 고독하다.
그에 따른 인간의 자살율도 늘어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현대 물질문명의 발달과 정신병은 정비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