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 풍경
전통적으로 농업이 주업이었던 우리 조상들은 음력을 기준으로 생활하게 되었다.
박정희정권 때 새마을 운동을 펼치면서부터인가 양력을 쓰게 하기 위하여 강력히
규제에 나섰으나, 농업 절기엔 음력이 맞았으므로 음력이 없애지 못하고 결국은 양력과
같이 쓰게 되었다.
실지로 70년도 이전에 태어난 우리나라 국민은 대부분이 음력으로 생일을 등재하고
그렇게 써왔으나, 그 후 세대는 차츰 양력생일을 쇠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윤달이 들어있는 윤년이다.
올해의 경우 음력3월이 윤달이라 다시 3월을 맞게 된다.
양력으로는 4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이다.
그러면 윤달은 어떻게 생긴 것이고 풍습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지구가 태양을 한번 공전하는 데는 365일 5시간 48분46초가 걸리므로 태양력에서는
그 나머지 시간을 모아 4년마다 한번 2월을 하루 늘리고, 태음력에서는 1년을 364일로
정하므로 계절과 역월을 조정하기 위하여 19년에 일곱번, 5년에 두 번의 비율로
1년을 13개월로 하여 윤년으로 만든다.
달의 차고 이지러짐을 기준으로 한 태음력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윤달.
태양력과 태음력사이의 시간의 차이를 맞추기 위하여 3~4년마다 태음력에 추가로
1개월 (27일~29일)씩을 넣는데 추가 월이 들어있는 해를 윤년이라 한다.
윤달은 우리 조상들에게 모든 제약으로부터 해방의 달이었다.
조상들은 모든 신들이 1년 12달을 관장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윤달의 경우
열세번째 달이므로 인간의 일을 간섭할 귀신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사나 집수리, 이장, 산소단장, 수의 마련 등 평소에 쉽게 하지 못했던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
윤달은 일년 중 한 달이 여벌로 더 있는 달이기에 모든 일에 부정(不淨)을 탄다거나
액(厄)이 끼이지 않는 달이다.
윤달(윤년)에 수의를 마련해 두면 집안 어른이 무병장수하고 자손도 번창한다는 풍습이 있다.
윤달에 수의를 해 놓음으로써 집안어른은 죽음을 대비하면서 여생을 대비하고,
자손들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는 집안어른을 더욱 공경하고 효심으로 받드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조상들의 지혜라 여겨진다.
마을 사람들이 임의로 만들어 논 공동묘지엔 비석 하나 없이 무연고 묘지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후손이 있을 것인데도 방치된 묘소엔 잡초와 잡목들이 자라나다 결국은 무덤이
주저앉고 자취도 없게 된다.
예전에는 명당자리를 찾기 위해 산속 깊숙이 들어가기도 했으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이젠 차에서 내려 도보로 5분이내의 거리라야 벌초도 하고 성묘도 한다.
찻길 옆에 있어야 명당인 셈이다.
전국의 화장장이 윤달을 맞아 풀가동 중이란다.
화장장이 넘쳐나니 한나절이나 하루를 꼬박 기다리기도 하고 예약이 밀려 날을
못 잡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산소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가스통과 토치를 산속으로 가지고 들어가
파묘한 후 직접 태우고빠수어 가루를 내어 주인에게 건네주는 식으로 일을 한다.
이 역시도 예약이 밀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내도 다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번 오고 말 윤달이 아니건만 올해에 유난히 법석을 떠는 것은 3월 윤달이 이장을 하거나
화장을 하기 좋은 달이기 때문이다.
이장을 하게 되어 새 산소에 떼잔디를 입혀 놓으면 그만큼 잘 살고 잘 번지기 때문이고,
화장하여 수목장이나 추억이 깃든 곳에 뿌리는 일도 쉬울 것이다.
한편으로는 음력3월은 헌 것을 버리고 새로이 시작하는.. 일테면 농사도 새 모판을 짜서
새 농사를 짓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달엔 그동안 손(損) 없는 방향과 날을 잡지 못해 손대지 못했던 일을 하기에 좋다.
이사란 그 집안을 지켜주는 조상신도 함께 모셔가는 일이므로 함부로 행하지 못했지만,
윤달은 귀신도 모르므로 이사나 집수리에도 좋은 달이다.
윤달에 태어난 사람이 음력생일을 가졌다면 그 사람은 3년이나 되어야 생일을 맞게 되니
윤달엔 결혼이나 출산 등 상서로운 일을 피한다.
다음 윤달은 2014년 9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