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이월의 편지

선 인장 2011. 2. 8. 15:16

 

비가 나립니다.

  

바람 없이 촉촉히 대지를 적시는 비에 골목안 담벽 아래 웅크리던 고집스런 눈덩이 녹아들고,

 

새들도 바쁜 날개짓을 잠시 접고 대숲에 모여 기다림을 배워가는 몸짓에 눈을 꿈벅입니다.

   

 

 

지난 겨울은 길고도 길었습니다.

 

웅크린 몸 더 웅크리고, 찬바람 내 몸 훑고 지나갈 때마다 진저리치며

  

봄을 꿈꾸었습니다.

 

아무리 찬 대지에 뒹굴어도 익숙해지지 않고 단련되지 않는 몸이라

  

추위 앞에 항상 떨립니다.

  

춥다...

  

춥다고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고 신음조차 할 수 없는 메마른 대지 위에

  

어른된 몸으로야  차마 눈물 보일 수 없어  속울음 참다보면

 

목이 메여 때로  머리 속이 하얗게 비어버린 느낌도 받습니다.

  

산 넘어 또 하나의 산을 만나고 지친다리 쉬일새 없이 나아가야 하는 게 우리네 삶이라면,

 

차라리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가다 쉬는 길에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고단함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만,

  

당신은 항상 멀리 있고 나의 부르는 손짓은 허망하기만 합니다.

  

당신을 만날 수만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찾고자 그리 길을 가는지.. 

  

때로 당신도 나처럼 다리 아픈지 묻고 싶어집니다. 

  

오늘도 우리는 만나지 못하고  존재를 잊지도 못하는 평행선처럼

  

그렇게 어디론가를 향해 각기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봄은 언제나 올까요?

  

이 비를 끝으로 슬그머니 다가올까요?

 

아직.. 아직 봄은 멀기만 한데

 

잡고 있는 평행선을 놓지도.. 좁히지도 못한 채 비는 하루를 다하여 오고,

  

당신에게 달려가고픈 맘은 또 그렇게 하루를 다하여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