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가기

이 밤에

선 인장 2009. 4. 23. 23:41

 

  

  

 

 

 

거리에 하나둘 불이 꺼져 갑니다.

 

미장원 통닭집도 식당도 하나둘 불을 끄고  언제나 그래왔다는 듯이

 

어둠속에 하나의 정물이 되었습니다.

이 시간이면 누구라도 자기의 내면을 볼 것이며 자기와의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밤도 편안하신가요?
 
이사람도 이렇듯 쓰잘데 없는 얘기로 주절주절 할 데가 있어 좋습니다.
 
한편으로는 바삐 사신 분에게  정작 자신은 쓰잘데 없는 얘기나 하면서
 
은근히 들러 주기를 바라는 맘이나 생기지 않을지를 걱정 합니다.
 
*
 
이사람은 이젠 격정적으로 사람을 사랑한다거나 열정에 빠질만큼

순진한 때를 지나 버려서 거기에 대한 염려는 안하셔도 됩니다.
 
이젠 특정 사람이나 사물을 그리워해도  가슴 아프지 않게 그리워할 수

있는  지혜를 얻었고,
 
나를 세상에 둔 세월만큼 격정적이지 않고 싸아~하게 가슴 한쪽

아리는 지극한 그리움과 그윽하게 온전히 사람과 사물을 바라볼

여유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나를 스쳐 지나간 사람에 대한

회한만 가진 게 아니라,
 
그로인해 마음 아파했을 상대에 대한 연민과 당시로서는 어찌할 수

없었던 현실속에서 허덕이던 자신을  돌아보면서 이제는.. 이제는 ..

정말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이젠 그러하지 않아야 되겠다는 다짐을

자신에게  하곤 한답니다.
 
**
 
다정한 이여!
 
난  항상 눈물을 머금고 있는 선인장이지만
 
이 세상의 바람과  나를 갉아먹는 벌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가시를

달았으니,
 
황량한 사막에서 일년 사철 누구하나 돌봐 주지않고
 
새들도.. 바람도 찾아오지 않아도 외롭지 않을 겁니다.

 

 


허나, 다정한 이여!
 
이렇듯 투정 섞인 내 얘기를 들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이 세상을

기쁨으로 여길 희망이 될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잃지 않게 힘을 주는 다정한 이를 알아서
 
이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이 순간 나는  행복합니다.
 
훗날 오늘을 추억해
 
누군가 이 땅에 왔고 ..
 
살았었고..
 
그리고 자신보다 이웃을 살피려는 깨어있는 의식을 가진 이가 있어,
 
어느 척박에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선인장도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살았다는것에 대해 오랫동안 행복했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