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가기

철창 안과 밖

선 인장 2013. 2. 22. 00:50

철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철창을 볼 수 있다. 

밖에서 안을 볼 땐 이렇고 

안에서 밖을 볼 땐 이렇다. 

철창 안의 간이화장실과 세면실 

이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흰고무신 

유치인 보호관 책상과 다수 감시가 용이한 관찰

면회실. 이 역시 창을 사이에 둔 안과 밖이다.

채광창 

 

 

철창 안에서 보는 풍경과 철창 밖에서 보는 풍경은 과히 다르지 않다.

 

어차피 철창 밖에도 또다른 철창에 갇혀있는 크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간적인 거리와는 다르게 심리적인 느낌은 아주 다르리라.

 

이곳으로 발령받아 빈 감방에 들어가 봤다.

 

그곳의 간이화장실과 세면실을 보고, 철창을 닫고 가만히 앉아 있어보니 아주 느낌이 묘~하다.

 

그건 사후체험을 해봤을 때완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후 체험은 가상죽음을 통해 살아있는 순간의 중요성과 현재 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귀한가를 알게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나이가 들어가는 대기업과 공무원들의 체험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유언장을 작성하고 장송곡이 나직이 울려 퍼지는 지하 깊숙이 내려가 마침내 수의를 입고 관 속에 들어갔을 때,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묘한 서글픔 같은.. 혹은 미련 같은 .. 어쩌면 홀가분함 같은 기분들이 한꺼번에

 

다가왔었다.

 

잠시 후 관 위에 흙이 덮이고 암흑천지에 갇혀 있을 때, 숨이 답답함보다..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더

 

절실했던 건 가족에 대한 걱정과 애착이었다.

 

 

 

 

두번째 근무일에 살인죄로 만17세가 된 소년이 들어왔다. 

 

여친의 이별 통고에 술을 4병이나 마시고 밤중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가 그녀의 부모에게 호된

 

질책을  당하자, 홧김에 부엌에 있던 식도를 들고 나와 되는대로 휘둘렀던 것.

 

그녀의 부친은 현장사망, 모친은 중상을 입히고만 난동으로 긴급체포되어 입감되었다.

 

그 후 영장실질심사에서 부분부분은 생각이 잘 안나지만 전체적인 건 생각이 난다고 진술.

 

국선변호인은 아직 어린학생이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란 점과 그동안 저지른 몇차례의 비행도

 

그 또래의 남자애들이 저지른 가벼운 정도이니 선처해 주십사 부탁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조그만 군에선 엽기적인 일이라 뉴스에도 뜨고, 사람들은 모였다하면 그 소문의 진상이

 

이러니저러니 하면서 입방아들을 찧어댔다.

 

규정상 낮에는 취침이 금지되어 있지만, 틈만 나면 모포를 둘러쓰고 잠을 청하는 소년을 굳이

 

제지하진 않았다.

 

이따금 멍한 눈을 하고 얼마의 형을 받을 것인가?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를 묻는 소년은 그 끝없는 두려움으로 부터 그렇게라도 도망하고 싶을

 

것이다.

 

 

 

철창 안에서 본 철창 밖은 어떠한 모습일까?

 

자유지대일까?

 

자책과 회한에 젖은 눈에 비친, 부러움의 대상일까?

 

또 철창 밖에서 들여다 보는 철창 안의 모습은 안쓰러움일까?

 

동정일까?

 

단죄에 대한 후련함일까? 

 

속죄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분노일까?

 

철창 안과 밖은,

 

창으로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 보는 거울과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