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라 장흥땅은 광화문에서 정확히 남쪽으로 내려가면 바닷물에 막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우리나라 육지 끝에 위치해 정남진으로 불리기도 한다.
삼면이 바다인 반도에서 남해안에 자리잡고 있다.
농업과 축산업 수산업이 혼재한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개발되지
못한 곳으로 공장지대가 없는 청정지역이기도 하다.
오늘은 장흥명물, 된장물회를 소개하고자 한다.
입맛 잃기 쉬운 이 계절에 이곳의 명물음식이 있으니 그 이름이 된장물회이다.
된장물회는 된장 국물에 생선회를 넣은 다음 얼음을 둥둥 띄워 내놓는 것을 말한다.
시원한 맛을 더하기 위해 오이와 배를 채썰어 넣기도 한다.
이 시기엔 비브리오패혈증 때문에 날것을 함부로 먹지 못하는데 된장물회는 이런 우려를 불식
시키고, 날것을 시원하고도 새콤달콤하게 맛볼 수 있으니 미식가들의 입맛도 싹 잡아버릴 수 있다.
모든 생산자들이 그렇듯이 좋은 음식은 자신도 맛보기 힘들다.
상품화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옛날,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오면 큰 고기는 대부분 판매하고 남은 작은고기나 못 생기고 인기없는
고기는 어부 몫으로 남았다.
어부는 이 고기를 손질해서 양동이에 가득 담아놓고 이웃들을 불러 잔치를 벌였다.
어린 고기의 속살을 시큼한 무우싱건지와 된장, 매실, 막걸리를 숙성시킨 식초 등과
버무려 내놓는데 개운하고 새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곳 사람들이 서울 등에서 살다보니, 어릴 때부터 먹어왔던 이 음식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이 회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생겼고 차츰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고 한다
얼음 위에 고소한 깨와 함께 띄워져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된장물회’ 다.
여름에 별미로 많이 먹는 오이냉채처럼 맛이 담백하고 시원하다.
입맛에 따라 매운고추를 썰어 넣으면, 약간 매콤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난다.
된장물회는 한 사발 그릇에 떠서 그대로 숟가락으로 먹거나 거기에 밥이나 국수를 말아서
먹는다.
된장의 짭짤한 맛과 묵은 무우싱건지(무우청으로 만든 물김치)의 상큼한 맛이 미각을 자극한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허기진 속까지 달래준다.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된장과 식초이다.
된장을 풀어 넣는 것은 생선에서 나는 비린내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된장은 집에서 담가 잘 익어 향기로운 집된장을 쓰면 좋다.
식초는 매실과 막걸리를 숙성시킨 걸 쓰면 금상첨화이다.
재료는 청정 득량만에서 막 잡은 쒜미라고 부르는 어린 생선의 속살과 새끼농어,
새끼돔, 뱀장어, 운저리 같은 싱싱한 생선이면 뭐든지 재료가 된다.
뼈는 골라내며 평상시에는 광어와 어린 농어나 돔을 주재료로 쓴다.
된장물회 한 사발이면 성인 4명이 먹기에 충분하다.
보통 거기에다 소주와 곁들여 공기밥을 말아 먹는다.
특히 이 계절에 미식가들이 찾는 된장물회를, 한번쯤은 맛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