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香80 징검다리 징검다리 건너기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나는 동에서너는 서에서 너가 이겨 한발짝 나에게 오고내가 이겨 한발짝 너에게 가고 징검다리는너와 나의연결다리 2025. 3. 12. 겨울 냇가 겨울 냇가풀이 자고 있다지난 봄날을 반추하며 꿈을 꾸고 있다 풀은 해마다 추억을 심었고흙은 추억을 푸르게 키워냈다 풀은 흙을 안아서장마를 견뎠고흙은 풀을 안아서또 그렇게 한 해를 버텨냈다 풀이 안은 흙흙이 안은 풀 2025. 2. 23. 꽃무릇 소슬바람 부는 동산길어진 목 빼어 들고어제 아니온 임오늘도 기다립니다 일편단심 타는 가슴등불인양 걸어두고대문밖을 꼿발 딛어가을길을 서성입니다 산다는 것이기다리는 일인줄 알면서도허우적 허우적날마다 시마다 야위어져 갑니다 2024. 10. 2. 빗방울 어느 작은 바다 위를 떠돌던 안개는세상이 궁금해서 하늘로 올라구름이 되었습니다 구름은 이웃하던 구름을연모하게 되었습니다 연모의 정이 쌓일수록 무거워진 구름은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땅으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하늘을 동경하던 안개는 빗방울이 되어 부딪쳐 깨어져땅으로 스며들고 말았습니다 2024. 5. 7. 그럴 줄 알면서도 그럴 줄 알면서도당신을 찾았지요 길을 가다 돌아보고한숨 쉬다 돌아보면항상 웃던 그 얼굴 오늘은 그 얼굴이 궁금해한때 나를 설레게 했던 그 이유가 궁금해당신을 찾았지요 세월의 흔적만큼 왜소해진풍상의 깊이만큼 딱딱해진그늘이 화장처럼 두꺼워진 그 얼굴 오늘은 당신을 찾았지요헛된 바람인 줄 알면서도흘러간 강물엔 다시 손 담글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럴 줄 알면서도그럴 줄 알면서도 2024. 4. 17. 꽃을 피운다는 건 꽃을 피운다는 건 속울음을 토해내는 일 지난 겨울, 내내 아팠던 상처를 내보이는 일 참았던 설움 끌어 올려 차마 말리지 못한 가지 끝 눈물 자국 후우 후우 내어 쉬는 한숨 어느 이름 모를 강기슭에 걸터앉아 슬픔이 많은 사람을 불러들여 눈맞춤하고 대화하며 서로를 다독이는 일 2024. 4. 2. 손 곱는 밤 외롬에 시리고손 곱는 밤초침만이 바쁘다 아침은 언제 오나언제나 오나 돌아누운 등이찬기에 시려 오고밤은 길기만 하다 2023. 1. 30. 신발 나는 너의 발 비밀을 알고 있지 얼마나 크고 작은지얼마나 넓고 좁은지 언제 땀을 흘리는지무슨 양말을 신는지어딜 자주 다니는지 그렇게 발에 맞춰 감싸주고냄새와 땀으로 정들은 날어느날 넌 버려 버렸지그리고뒤도 돌아보지 않았지 2023. 1. 26. 사카린 단맛인 줄로만 알았지 혀 끝에 와 닿는 강렬함 치솟는 아드레날린 잠시 후 밀려오는 쓴맛 그게 사랑인 게지 2022. 12. 14. 당의정 사랑은 달콤해사랑은 짜릿해사랑은 황홀해 사랑은 쓰디써사랑은 우울해사랑은 괴로워 달콤함을 깨물어본질에 와 닿을 때비로소 알게 되는 맛 한때의 달콤함에 속아쓴맛을 인내해야 하는사랑은 당, 의, 정. 2022. 12. 13. 봄은 오는가 지금은 박명의 시간 긴 터널을 지나 빛을 향하는 시간 기다림에 지쳐가는 가장 추운 시간 기다림은 멀어도 봄은 오리라 희망처럼 빛처럼 봄은 오리라 터벅터벅 걸어서 기어이 오리라 2022. 1. 16. 첫눈 십이월 중순남도에 눈이 내린다여명을 뚫고 눈이 내린다 덧댄 양말로도 찬기 막지 못하고솜바지로도 한기 이기지 못해시리고 떨리는 새벽 퀭한 눈 들어 창밖 응시하면어디선가 밀려온 외롬이텅빈 가슴에 화살처럼 내리꽂히고갈 곳 잃은 눈송이들은 속없이 창을 두드려대네 2021. 12. 17. 가을 물은 산자락을 따라 흐르고 구름은 산꼭대기 위로 흐르네 산이 있어 물이 있고 산이 좋아 구름이 이네 사람들은 산 아래 물가를 따라 새싹도 키우고 나무도 키워 영글고 익어가며 마침내 단풍 드니 흐르는 건 좋은 일이라 익어가는 건 좋은 일이라 2021. 9. 26. 무지개다리 자, 이제 다리를 건널게 너도 건너와 나의 보폭이 크니 넌 두 걸음씩 뛰어야 할 거야 아니 넌 그냥 내걸음을 따라 한 걸음씩만 와도 돼 너가 건너오지 않으면 나도 건너지 않을 거야 그건 받은 만큼만 주려는 이기이기보다 매 순간 네게 환영받지 못하는 걸 경계하기 때문이야 2021. 6. 14. 코스모스 1 풀씨도 머뭇거린 돌밭 언저리 어쩌다 이런 곳에 발을 내렸나 허허벌판 둘러봐도 기댈 곳 없는 몸 바람에 가이없이 흔들려도 누구를 원망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피어나 그만큼의 키로 그만큼의 꿈을 피워냈으니 기다림에 이골이 난 오늘도 견디고 버텨내라 너 오늘 어느 곳에 피어나도 외롬으로 더욱 고고하리 2021. 5. 30. 코스모스 2 본디 孤獨을 아는 몸으로 어느 날 척박한 땅에 떨어졌어도 슬퍼하지 않았다 流刑의 땅에 天刑의 멍에를 질질 끌고 터벅이는 것도 전생의 업으로만 알았다 바람이 불어올 적마다 꼿발로 서서 고향소식 기다리다 훔친 눈물 옷소매 때에 절고 베갯잇 밤마다 적시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 볼 것 없는 세상 볼품없는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은 견디는 일이다 하루를 견뎌내는 일이다 2021. 5. 30. 돌아보면 돌아보면 나의 인생은 항상 실수투성이었다 싫을 때 싫단 말을 못했고 돌아설 때 돌아서지 못했다 악을 써야 할 때 돌볼 식구를 생각했고 부당함 앞에서 목소리를 죽여야 했다 냉정해야 할 때 우유부단했고 뒤돌아 서서 두고두고 후회했다 따지고 보면 그놈의 정 때문이었다 정작 본인은 항상 정에 허덕이면서도 타인에게 못해준 것을 애태워했다 자만이었나 교만이었나 비굴함이었나 잘 못 안 건가 잘 못 배운 건가 한 갈래길을 건너 돌아보는 오늘 그곳에 내가 있었고 세상에 이름 얻지 못한 이곳에 내가 있다 돌아보면 난 항상 혼자였고 무서웠고 외로웠다 동지를 만나고 싶었으나 여의치 못했고 동무를 보살피려 했으나 힘이 미치지 못했다 돌아보면 이래저래 나의 인생은 항상 실수투성이었다 2021. 1. 26. 낙엽 떠나는 이의 뒷모습 남겨진 잔영 울음 참아내느라 붉어진 낯 모든 건 헤어질 때 아름답다 아니다 감정의 촉수를 축복처럼 지닌 사람은 아니다 단풍 들 새 없이 지난 기억 떨궈버리는 사람은 아니다 아니다 돌아선 여자사람은 아니다 다른 이의 품안에 빨리 정착하게 진화한 여자는 아니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여자는 가을이 아니다 여자는 항상 꿈을 좇는 봄이다 2019. 11. 20. 백일홍 길 따라 인연이 생기고 거친 뜰에서 순결은 더욱 빛나라 기다리다 멍든 가슴 피꽃으로 피어나 임이 오는 길을 마중하는가 오늘도 핏빛가슴 짜내어 그리움을 써내려가 부치지 못 한 그리움은 하얀 꽃송이가 되었나 나무에 피어 목백일홍 화초로 피어 꽃백일홍 2019. 8. 3. 벚꽃 그대, 나를 모르다니요 해마다 그대에게 편지를 썼는걸요 봄마다 연분홍빛 편지를 강물에 띄운걸요 어젠 그대를 보러 갔어요 그대 다니는 골목을 밤새 서성였어요 아직은 바람이 차더군요 창에 불빛 보여도 그대 음성 들리지 않고 멀리서 컹컹 개 짖는 소리만 들렸어요 전하지 못한 말들.. 2019. 3. 29. 그대여 나는 자꾸 잊어먹는다 그대와 만난 지가 오래인 사실을 나는 자꾸 잊어먹는다 그대와 내가 이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자꾸 잊어먹는다 내가 그대 이름을 불러도 그대는 내이름을 더 이상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또 잊어먹는다 내가 순간순간의 기억에 아파할 때 그대는 그 순간들을 이미 까맣게 잊고 있다는 사실을. 2018. 9. 7. 할미꽃 그대가 날 찾아 겨울을 건너왔더라도 멀리선 뵈지 않는다 가까이 와야 보인다 그대! 날 보고 싶다면 한 발짝 더 2018. 3. 12. 예쁘다 너는 참 예쁘다 아니 아니 예쁘다 말하는 내가 더 예쁘다 2018. 1. 17. 바람 부는 날 바람 부는 날엔 언덕이 보이네 때로 흔들리던 몸이 바람 탄 가지마냥 오늘은 유난히 흔들리고 지나온 길은 아른거리네 끝이 뵈지 않던 아슴한 언덕을 뛰다가 걷다가 미끄러지며 오르고 올라 이제 끝이 뵈는 곳에 섰네 이게 아닌데... 어느 날 가던 길 없어지고 억센 잡목들만 무성한 언덕을 터벅거렸네 쓸고 왔다 다시 회오리치는 바람 부는 언덕을 오늘도 터벅거렸네 2016. 12. 28. 목련 때가 되면 절로 피는 줄 알았다 봉우리 실핏줄 터트리면 봄인 줄 알았다 잎보다 먼저 피는 것이 속성인줄로만 알았다 목련은 절로 피어나는 게 아니었다 하릴없는 몸짓도 아니었다 늦가을 잎 진 뒤부터 날마다 물을 길러 깍지 안에 꿈을 담아 찬비 내리는 날이나 가지가지 위에 눈 쌓이는 날이나 북풍한설 몸을 흔들어 대던 날엔 기다림을 잉태하고 가로등 불빛 서러워 괜히 눈시울 적시던 날에나 잿빛하늘 낮게 내려오는 날에 속울음 차곡차곡 개어 두었다가 타는 불꽃으로 봄을 불러와 순결한 빛을 모아 가지가지 위에 연등을 달았다 2016. 3. 17. 변명 기다림을 아는 사람은 시를 쓰고 세월을 아는 사람은 수필을 쓰며 사랑에 빠진 사람은 찬가를 부르고 상처난 가슴을 처매진 못한 사람은 방황을 한다 외로움이 길어지면 시가 생기고괴로움이 길어지면 철학이 생긴다사람이 싫어지면 이름 없는 풀꽃이 귀해지고사람이 좋아지면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진다 너가 있어 좋은 오늘너를 만나 사랑을 안 인생길에서너를 위해 시를 쓰고너를 위해 수필을 쓰고 너를 생각하며 찬가를 부른다 너가 있어방황을기다림을 세월을 철학을 알았다 Romance Anonimo 2016. 3. 6. 낙엽의 계절 그래, 우리 헤어지자 우리에게도 어느덧 낙엽의 계절이 돌아와 더 이상 만남의 꽃을 피우지 못하고 가을 찬바람에 쓸쓸히 져 가는가 그래, 이제 헤어지자 아픔이 오기 전에 겨울이 오기 전에 2015. 10. 5. 너를 만나는 날 너를 만나는 날은 비가 왔으면 좋겠다 나의 풀죽은 푸념들도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도 빗소리에 묻히고 잡다한 풍경들도 빗줄기에 막혀서 오직 들리는 건 빗소리 오직 보이는 건 빗줄기 그 안에서 네 눈에 비치는 나를 보고 숨결 따라 미동하는 네 작은 어깨를 보고 싶다 오므리다 펴지며 달싹이는 입술을 찬찬히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 2015. 7. 20. 사람 사람만큼 오해를 잘 하는 생명이 있을까 사람만큼 변덕스런 생명이 있을까 사람만큼 쉬이 돌아서는 생명이 있을까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생각들과 하루에도 수없이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느낀대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좁은 시야를 탓하랴 섣부른 .. 2014. 7. 18. 그대 있어야 할 자리 하늘 맑고 땅 맑은 날에 그대 어디에 서 있는가 하늘 따라 구름 흐르고 길 따라 바람 흐르는 날에 그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다른 곳에 묻으면 오물이 되고 사람의 情도 다른 곳에 묻으면 오물이 되나니 오늘 그대 있어야 할 자리 바로 그 자리 2014. 7. 16.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