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가기259 섬은 외롭지 않다 24. 6. 20 ~ 30 까지 신안 도초도에서 수국축제가 열린다. 6.23일 남부에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새벽부터 빗방울들이 거세지다가 약해지다를 반복하며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봄가뭄은 우리나라에 해마다 되풀이 되는 현상으로, 올봄은 잦은 비가 있었다지만 제각각 다투어 피어나는 꽃들과 자신을 내어주며 대를 이어가는 작물들에겐 여전히 부족한 양이다. 그 가문 대지를 촉촉히 그리고 서서히 흠뻑 적셔가는 비는 작물을 키우는 이에게는 환호성을 지를만큼 좋은 축제이다. 그 빗속을 뚫고 신안으로 향한다. 종종 와이퍼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거세진 빗줄기는 모처럼의 나들이길에 슬며시 걱정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마침내 도착한 증도 엘도라도. 꽤 넓은 면적에 지어진 리조트. 이미 도착하여 짐을 풀고 우산을 쓰.. 2024. 6. 25. 그녀의 창(窓) 어느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한 아이가 태어납니다. 아들이 귀한 집이라 부모는 아들을 원했습니다만, 딸로 태어나 탄생 자체를 환영받지 못하게 됩니다. 위로 층층이 언니가 3명이고 바로 위로 오빠가 있습니다. 농촌지역이고 빈한한 가정이지만 어찌어찌 자라나게 됩니다. 내림 때문인지 제대로 못 먹고 자라서인지 또래보다 키가 작습니다. 학교를 다니게 되고 학교 성적은 상위권. 눈만 뜨면 들녘으로 나가야 하는 부모와 집안일을 도와야 하는 언니들의 바쁨 속에서 응석을 부리고 자라지 못해서인지 어려서부터 결단력이 있고 성격이 똑부러져 ‘똑순이’란 별명을 얻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가정형편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역에서 이름있는 회사여서 사원들이 많았습니다. 똑순인데다가 예의바르고 .. 2024. 3. 19. 태국여행 후기 1. 여행내내 태국 거리에선 경찰도 경찰차도 보이지 않았다. 도시로만 다닌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치안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징표이리라. 거기엔 불교로 뭉쳐진 국민들의 의식탓도 있겠지. 2. 서두르지 않는 사람들. 이 나라 사람들은 좀처럼 서두르는 법이 없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엉킨 도로에서도 클락숀을 울리지 않는다. 호텔이든 음식점이든 어디를 가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없고 느긋하였다. 3. 친절하다. 관광객을 대하는 일이라 더욱 그러하겠지만, 어딜가나 "싸우디캅" 하면서 손모아 웃는 얼굴로 인사한다. 좀전에 마주치고 다시 만나도 반가이 인사한다. 4. 빈 땅들이 많아 보였다. 도시가 중남부에 위치하고 관광도시라 그렇겠지만 농사짓는 모습들을 볼 수 없었다. 길가에 빈 땅들에 고추를 심고 싶었다. 이.. 2023. 2. 24. 물水의 미덕 모든 생명은 물에서 왔다. 식물도 동물도 인간도 태동은 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지구상에 물이 없었다면 지금의 생태계는 없었을 것이다. 모든 생명의 태동과 유지를 가능케 했던 것이 물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은 물의 미덕을 알아보자. 첫째: 물은 모든 딱딱한 것을 부드럽게 한다. 굳었던 마음도 땅도 가죽도 딱딱한 표피까지도 물을 먹으면, 말랑말랑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순간의 위기에 처해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나, 싸움을 하여 흥분한 상태에 처한 사람에게 물을 건네주면 바로 진정되고 평정심 을 찾아간다. 용암이 굳어서 만들어진 바위마저도 물로 인해 잘게 부서져 간다. 둘째: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한다.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이 태양을 향해 높이 오르려고만 하는데, 낮은 곳으로 임.. 2022. 4. 19. 花鬪의 비밀 벚꽃이 만개하였다. 강변을 따라.. 사람의 눈길을 따라 낮은 곳에서 가장 많은 꽃들을 피워내는 벚꽃의 계절이다. 가지 가지마다에 피어나는 꽃들로, 언제 앙상한 가지를 가졌나 짐작키 어렵다. 봄소식을 전하러 신발도 안 신은 채 먼저 달려온 초봄의 전령사들은 대부분 많은 꽃을 단다. 화투(花鬪)를 피하려는 노력이다. 봄이 무르익을수록 산야엔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니 벌들을 불러오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이 경쟁 속으로 뛰어들지 않으려면 남들보다 개화가 빨라야 하는 것이다. 아직은 벌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가 아니지만, 벌들에겐 크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벌들의 사랑의 독차지 한다. 거친 세파에 메마른 가슴을 적시러 사람들은 들로 강가로 나간다. 근데 실상 꽃들은 사람들을 위해 피어나진 않는다. 이 .. 2022. 4. 5. 무우 수확 ‘21년 9월 1일 김장무우를 파종했다. 옥수수 수확 후 비닐을 걷지 않고 그루터기 사이 30센티 간격으로 한구멍에 3~4알씩 넣어 점뿌림을 했다. 품종은 작년에 심어 재미를 보았던 ’청운‘이란 품종. 무우는 모종이식을 하면 뿌리모양이 좋지 않고 직파를 해야 뿌리가 곧다. 3일만에 올라온 새싹에 물을 주며 솎음작업 후 키웠더니 제자리를 잡고 제법 잘 커 주었다. 11월 24일 수확을 했으니 재배기간이 84일이라 다른 해보다 더 많이 자랐다. (보통은 70일) 무우는 수확이 늦으면 된서리를 맞아 바람이 들어 맛이 없고, 저장이 되지 않는다. 조금 더 두려다가 이곳 남부에도 영하의 기온이 예보돼, 급히 수확하게 된 것이다. 보통 식물의 씨앗을 파종할 때엔, 100% 발아가 되지 않으므로 3~4알을 넣는다. .. 2021. 11. 25. 입동지절 우리나라에 사계절이 있는 건 축복일까? 불행일까? 계절이 변해가는 모습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은 축복이겠지만, 농사를 짓는데엔 악조건이 된다. 우리나라에 겨울이 없다면, 농부들은 고추나무를 심어서 몇 년간 안정된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씨앗을 싹틔워 모종을 내어 심을 필요가 없으니, 이미 커 있는 나무에서 열릴 과실들은 한 해의 소출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을 채근해서 열심히 일하게도 하지만, 계절을 건너는 지점에서 약해있는 사람들을 쓰러뜨리는 데에도 일조를 한다. 일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급사하는 계절은 어느 계절일까? 또 가장 많이 떨어지는 계절은 언제일까? 입동지절이 되면 성한 사람들이 갑자기 뇌출혈로 많이 떨어진다. 노인들도 화장실에 가다가 엉덩방아를 찧.. 2021. 11. 10. 배추와 결핍 배추는 봄 가을에 심을 수 있지만, 주로 김장용으로 쓰이기에 가을배추를 심는다. 씨앗으로 심으려면 파종시기를 앞당겨야 하고, 온습도 조절을 위해 하우스가 필요하기에 모종을 사다 심는 것이 편리하다. 배추는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지만 겨울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서리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 하므로, 노지에는 8월말부터 심어서 90~100일 배추를 만든다. 모종을 심을땐 50센티 이상 간격을 둬야 성장하는데 지장이 없다. 왜냐하면 배추가 성장하여 서로 어깨가 닿을라 치면 영역경쟁으로 못 클 수 있어, 서로 합의하에 '나는 이만큼만 팔을 뻗을께 너도 이만큼만 와야해' 하고 몸집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식물들도 같은 종種끼리는 대부분 이런 식의 합의 하에 제자리를 지키고, 다른 종끼리는 햇빛경쟁을 하기 위해 간격이 좁.. 2021. 9. 23. 가을 장마 가을이 깊어가면 풍진에 멍든 마음 외롬에 지친 마음 슬그머니 꺼내어 가지에 걸어 놓는다. 가을장마가 몇날며칠 대지를 점령하고 있다. 왔다 그치고 이제 끝이겠지 하면, 다시금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려댄다. 마치 여름에 다 못한 숙제를 뒤늦게 하려는지 올해의 가을장마는 길고도 지루하다. 봄비는 새싹을 키우는 비여서인지.. 가뭄이 잦은 때 내리는 비여서인지 농부라면 누구나 반기는 비지만, 가을비는 이미 추수기에 접어 들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비이다. 과실을 여물게 하는 가을볕을 막아서니 더욱 밉상이다. 들녘에서 비를 맞으면 봄비는 몸에 수증기를 내면서 금방 마르지만, 가을비는 축축한 기가 좀처럼 가시지 않아 꿉꿉하다. 14호 태풍 찬투가 제주를 스치고 지나가고 있다. 내륙남해안은 간접영향권에 들어 비.. 2021. 9. 17. 여자는 왜 주차가 서툴까? 오늘은 여자가 주차에 서툰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현대는 마이카시대를 지나 솔로카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마이카는 주로 한 가정에 1대 개념이라면, 솔로카는 성인 1인1차 개념입니다. 그런데 주위에 보면 자신의 신호가 떨어졌음에도 천천히 움직여서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차들이 신호등을 통과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막힘이 없는 도로에서 저속으로 움직여서 민폐를 주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거기에 주차를 제대로 못하여 차선을 두 개 문 경우도 있고, 몇 번을 전후진 해도 제자리를 못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초보자와 노인들을 빼곤 주로 여자운전자가 많은데, 뒤따르는 차량은 속이 탑니다. 약속 시간에 늦어 있을 경우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왜 주차를 못 하는 걸까요? 물론,.. 2021. 8. 29. 나의 명예, 근정훈장 마눌님에게는 감사장이... 2021. 7. 5. 어느 형제 이야기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두 형제와 부모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소작농인 아버지는 조상들의 터전에서 살면서 처지가 비슷한 인근 처녀와 중매결혼을 했고, 가난을 벗어나고자 밤낮 없이 일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눈만 뜨면 본인 땅 몇 마지기로 달려가고 날만 세면 남의 논에 심어놓은 작물들을 가꾸었습니다. 한 여름의 뙤약볕에 사장나무 그늘아래에서 쉬던 주민들이, 터벅터벅 논으로 가는 그를 불러 세워 막걸리 한 사발을 권해도 모른 채 해야 했습니다. 쉬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지만, 거기에 답례를 할 만큼의 풍족한 살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땀방울로 오직 자식들이 잘 되기만을 바라던 그였습니다. 어느덧 큰 아들이 커서 국민학교(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공부는 중간정도였으나.. 2020. 6. 11. 수염의 미추 욕실에서 수염을 깎으면서 항상 드는 의문이 있다. 이 작은 털 부스러기들은 어디로 가지? 사람 사는 곳 어디든 주로 아침이면 깎여 나오는 이 수많은 털 부스러기들은 어디로 가고, 어떻게 분해되지?라는 의문에 휩싸일 때가 있다. 물론 바다로 가겠지. 그러면 한동안 바닷물 속을 부유하다가, 물고기 뱃속도 들어가고 뻘이나 모래에 묻히기도 하면서 많은 세월이 지나야 분해되겠지. 우리는 간혹 수돗물 정수기 필터에 걸러진 수염 부스러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는 강 상류 수원에 수염 부스러기가 섞인 오염수가 유입되어 걸러지지 못하고 가정까지 오는 경우이다. 생각해보라. 무심코 마신 물에 눈에 잘 띄지 않는 남의 털을 섞어 같이 마시게 된다면 얼마나 께름칙한 일인가?! 털을 가진 다른 동물들은 길게 자란다음 탈모하여 .. 2020. 5. 11. 꽃날을 더듬으며 바람 몹시 부는 날에도 봄은 찾아오는지 야산 기슭 어느 곳엔, 길 없는 산길을 더듬을 때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던 청미래덩굴에 새잎이 돋아났다. 제 빛깔을 잃고 잿빛 얼굴로 볼품없이 야위었던 풀잎들에도 물이 차올라, 조붓한 오솔길을 걷는 발길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봄은 뭐든 작고 여리게 열리면서도 들뜨게 만드는 힘이 있다. 봄비 올 때마다 묵혔던 한숨을 쉬어대는 대지는 밖으로 나가보라 뿌리들을 재촉하여 새순을 내어 놓는다. 새순은 따스했다가 금방 토라지는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꽃봉오리들을 피워 올린다. 봄바람에 차마 키 세우지 못하고 낮게 피어나는 꽃들은, 경애하는 이 앞에 허리를 굽히고 다리를 접을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이 아니면 다 보지 못한다. 민들레, 제비꽃, 산딸기 꽃, 봄맞이꽃, 무우.. 2020. 4. 28. 선거철 선거일을 이틀 앞둔 막바지 아침이라, 유세차량이 일찍들 찾아든다. 덕분에 몰래 전신주에 나뭇가지 물어 나르던 까치 깜짝 놀라 헛발 내딛다 겸연쩍은 모습으로 달아나고, 간밤의 비에 꽃잎 떨구던 벚나무 무슨 일인가 고개를 내어민다. 사거리마다에 늘어선 선거원들은 저마다 푯말을 들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느라 모처럼 거리에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엔 바꿔보자, 내가 가야만이 지역발전이 있다... 떠들어 대는 선량들의 열정이 언제까지나 지속되기를 바라는 헛된 욕심이 투표소로 발길들을 이끌어갈 것이다. 자본주의와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민주주의는 많은 문제점을 보여왔다. 정치체계도 결국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해 만드는 건데, 어느 체계도 지상낙원을 실현시키지 못함으로써 우리는 차별과 불공평을.. 2020. 4. 13. 인간과 자연의 반격 코로나바이러스가 봄을 맞은 우리 국민들의 일상을 다시금 겨울로 돌려 놓았다. 새 가지마다에 움이 트고 꽃들은 다투어 피어나건만, 그 그늘아래에서 우리는 잿빛표정마저 마스크로 가린 채 좁은 어깨를 움추리고 있다. 이제 코로나는 도회지에서 농촌지역까지 전파력을 자랑하고 있다. 주춤해졌다고 하나 여전히 멈추지 않는 확산으로 뉴스에 절로 눈이 간다. 목성 토성을 넘어 안드로메다까지 탐사하고 있는 인간의 과학 문명도.. 신의 영역을 넘본다는 첨단의학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밀집화 도시화를 이루면서 인류에겐 새로운 적이 생겨났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적이다. 인플루엔자는 조류에서 오고, 보통 감기라고 부르는 질환도 말에게서 나온 것이다. 메르스는 낙타에서, 결핵과 디프테리아는 소가 매개체였.. 2020. 4. 6. 벚꽃길 지구촌 곳곳에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잔뜩 긴장하고 움츠러드는 새, 봄을 맞았다. 성급한 개나리가 잎보다 먼저 꽃을 가지가지에 달았고, 벚꽃은 망울 머금는가 싶더니 금세 하늘을 연분홍으로 물들여 놓았다. 여느 해 같으면 모두들 꽃구경에 들떠서 봄이 주는 희망의 씨앗을 품을 때이다. 겨우내 텅 빈 가슴을 채우려 남으로부터 올라오는 이 꽃들의 물결은 북으로 북으로 소식을 전한다. 그러면 꽃그늘아래에서 만나는 모르는 이마저 반가웁고 들뜬 발걸음으로 모두들 행복해 할 것이다. 햇님이 쉬러 가고 어둑해지면 가로등불빛에 더욱 자태를 뽐내는 벚꽃은 개울가를 따라 꽃길을 만들어 놓고, 야트막한 남산까지 발길을 재촉할 것이다. 임을 향한 마음이 너무 강하면 사람은 쉬이 늙고, 밤낮없이 진력을 다한 벚꽃은 오래지 않아 시들.. 2020. 3. 30. 물고기자리 물고기자리 (2.19~3.20) 봄을 보기 위해 일찍 세상에 나왔다. 지구별 한국땅은, 조석으로 변하는 날씨 탓에 아직은 추운 세상. 섣부른 설렘 때문에 차가움을 온몸으로 맞고 살아갈 팔자다. 물고기자리는 해왕성의 영향을 받는다.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시야와 관심밖에.. 2020. 3. 24. 장인 별세. 2020년 3월 6일 05시. 한 사람이 길을 떠났다. 가면 다신 못 올 길이었다. 가기 싫어 몸부림치던 길이었다. 그러나 때가 되면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길이었다. 남겨진 자들은 섧게 울었다. 자신들도 그 길을 향해 가는 줄은 모른 채 멀어진 사람을 잡지 못한 허망한 몸짓을 하였다. 건강을 유.. 2020. 3. 12. 우짜쓰께라우 큰매말이요 우짜쓰께라우 이곳은 60대 이상의 주민이 80%를 상회하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의 면面이다. 인구는 1600여명, 남녀비율은 반반에서 여자인구수가 조금 높다. 아무래도 여자들이 조금 더 오래 사니까 그렇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예로부터 정부의 혜택이나 보호로부터 멀.. 2020. 2. 19. 작별 인사 개인사정으로 신년엔 블로그를 비공개로 전환할까 합니다. 동안, 이곳을 통해 응원하고 소통해온 친구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2007.05.13부터 이곳에 꿈을 심어오면서 회한이 많지만, 잘 해보고 싶은 생각이 앞서간 탓이라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그렇.. 2019. 12. 28. 계절앓이 만추! 거리에 서면 방황하는 잎들의 몸부림이 처량하다. 한때 먼 나라 공주의 사랑얘기를 들려주고 미래를 꿈꾸며 나누었던 수많은 나뭇가지와의 밀어들은 기억마저 가물거리는 옛일이런가. 정열로 일렁이던 녹색의 꿈들은 하루아침에 거리에 내동댕이처지고, 아름답던 순간들은 석양빛으로 퇴색되어 버렸다. 내려놓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던 가지는, 돌아선 여인 같이 붙잡은 손을 뿌리치고 매몰차게 계절 속으로 사라져갔다. 실연당한 잎들이 거리에 나뒹군다. 일년 중 11월은, 항상 나를 메마르게 한다. 해마다 목감기와 함께 찾아와 몸살을 앓게 하고, 나를 뜨겁게 달궜던 기억들은 떠돌다 회오리쳐오는 낙엽들처럼 빈 가슴을 뚫고 나오려한다. 누가 볼 새라 숨소리 죽여 가며 안으로 안으로 침잠해가 계절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상.. 2019. 11. 18. 태풍과 일본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올라오고 있다. 일본을 강타할 이번 태풍은 올해 여러차례 태풍홍역을 치뤄온 한반도, 그 중 특히 남해안 주민들에게는 절로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소식이다. 매년 괌 근방에서 발생한 북태평양 태풍들은 우리나라에 직간접의 영향을 끼친다. 그 중 많은 태풍.. 2019. 10. 11. 상사화의 계절!, 안개의 계절! 가을은 상사화의 계절, 안개의 계절이다. 상사화(相思花)! 연한 녹색을 띠는 선형의 잎이 봄철에 나와서 6∼7월에 말라 없어진다. 꽃은 가을과 함께 핀다. 하나의 꽃줄기에 4∼8개의 빨강이나 분홍색 꽃이 모여 달린다. 상사화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상사화와 함께 절에서 많이 심어 기르는 석산(꽃무릇)이 흔하게 볼 수 있는 종이다.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종도 여럿 있다. 상사화란 이름은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끝내 만나지 못한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상사화는, 죽도록 사모하는 맘으로 기진하여 과실은 맺지 못한다. 잎은 피어서 평생 꽃을 보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꽃은 이미 떠나고 없는 잎을 평생 그리다 스러져간다. 안개는 지표면 가.. 2019. 9. 19. 전환 * 산 같이 물 같이 살자 텅빈 마음엔 한계가 없다참 성품은 텅빈 곳에서 스스로 발현된다산은 날보고 산 같이 살라하고, 물은 날보고 물 같이 살라한다빈 몸으로 왔으니 빈 마음으로 살라고 한다집착, 욕심, 아집, 증오 따위를 버리고 빈그릇이 되어 살라고 한다그러면 비었기에 무엇이든 .. 2019. 8. 26. 물 없는 이틀 사무실에 갑자기 물이 끊겼다. 상수도가 들어오기 전이라 아직까진 지하수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끊긴 물. 물이 없으면 쓸 일이 더 많아진다. 점심 먹으러 풋고추 씻으려는데 물이 안 나온다. 그것도 생각 없이 고추 위에 퐁퐁까지 짜둔 상태여서 당황할 수밖에. 왜 안 나오지? 컨트롤 박.. 2019. 8. 6. 하지 모레가 하지다.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내는 등 봄의 부산함이 오늘까지 이어져 농부들에겐 숨가쁜 시간들이었다. 하지는 절기로 24절기 중 열 번째에 온다. 양력으로는 대개 6월 22일 무렵이다. 북반구에서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다. 동지에서 가장 길었던 밤 시간이.. 2019. 6. 20. 봄날의 변색 계속되는 봄날은 없다.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뿐, 모든 것은 너무 쉽게 변해간다. 어느 햇살 좋은 봄날에도 찬기 담은 온기에서 기분 좋은 온기, 뒤이은 따가온 열기에서 다시 온기로 온기는 한순간에 한기로 바뀌어간다. 우리 인간들의 마음도 자연을 닮아가 조석으로 변해간다.. 2019. 5. 7. 사람과 탐욕 계집애들은 사내애들의 저음에서 이성을 느끼게 되고, 사내애들은 계집애들의 부풀어오르는 가슴에서 이성을 알아간다. 우리 때 사내애들이 가지는 최초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여선생들이 왜 화장실에 가면서 화장지 한두칸을 떼어가는가였다. 볼 일이 있으면 많이 떼어가야 맞을 것 같은데, 가끔씩 화장실에 간다며 떼어가던 몇칸의 화장지. 요즘에야 수세식이고 어느 곳이나 질 좋은 화장지들이 걸려 있지만, 옛날에는 시골학교의 화장실들이 대부분 푸세식이었고 화장지가 귀하여 걸어놓지 않으므로 자기 책상 위에서 몇칸씩 떼어가는 식이었다. 세상살이가 원체 험하여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은 인간세상에, 그래도 남녀간의 사랑이 있어 세상은 살아볼만한 거라고 끊임없이 꾸미고 속이는 작가들의 의해 우리는, 이성에 대한 환상과 호기심을 .. 2019. 4. 10. 영어로 보는 사계. 봄 spring 봄은 부활과 소생, 성장과 희망의 계절이다. 그래서 용수철처럼 시시각각 톡톡 튀어나오는 꽃들을 보고 그리 이름하지 않았을까? 여름 summer 여름은 온대 지방의 네 계절 중 하나이다. sum은 전부를 가르키고 mer는 바다의 뜻 즉 바다를 찾는 계절. 가을 autumn 여기서 aut-는 auto의 연결형으로 스스로의 뜻. 스스로 익고 열매를 떨구는 시기 즉 수확기를 말함.. 미국에서는 이 시기에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므로 '폴'(fall)이라고도 부른다. 겨울 winter 영어에서 겨울을 뜻하는 'winter'라는 말은 '물의 계절'이라는 의미의 옛 독일어에서 따온 것으로, 물이란 겨울에 내리는 눈·비를 뜻한다 win은 이기다 ter는 3번, 세 계절을 보내고 맞는 계절이어서 그리 명명한.. 2019. 4. 5.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