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두 형제와 부모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소작농인 아버지는 조상들의 터전에서 살면서 처지가 비슷한 인근 처녀와
중매결혼을 했고, 가난을 벗어나고자 밤낮 없이 일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눈만 뜨면 본인 땅 몇 마지기로
달려가고 날만 세면 남의 논에 심어놓은 작물들을 가꾸었습니다.
한 여름의 뙤약볕에 사장나무 그늘아래에서 쉬던 주민들이,
터벅터벅 논으로 가는 그를 불러 세워 막걸리 한 사발을 권해도 모른 채 해야
했습니다.
쉬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지만, 거기에 답례를 할 만큼의 풍족한 살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땀방울로 오직 자식들이 잘 되기만을 바라던 그였습니다.
어느덧 큰 아들이 커서 국민학교(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공부는 중간정도였으나 특별히 속을 썩이는 일 없이 지내던 아들이,
졸업을 하자마자 갑자기 사라져버렸습니다.
집을 나간다는 쪽지 한 장 없이 갑자기 사라지니 난리가 나고,
한동안 여기저기 수소문해도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 후 많은 세월이 흐른 뒤 작은 아들이 서울로 유학(?)을 가게 됩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알바를 해가면서 어렵게 대학을 마친 작은 아들이
형의 행방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주민등록이 말소 된지 오래이고, 어릴 때 가출하여 그 주변 친구도
알지 못하는 사람의 행방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작은 아들은 부모님에게 경찰이 되겠다고 합니다.
경찰이 되면, 혹시나 형을 찾는데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 후 작은아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외곽지역부터 탐문합니다.
부동산업체와 지역토박이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동네에 이러이러한 사람이
살지 않는지 묻고 다닙니다.
그러기를 2년 만에 마침내 형이란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설득하고 설득해서 고향집에 데려와서 부모님과 상면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동안 어디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에
일체 함구로 일관하여, 부모는 그 속사정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3일 후 다시 말없이 사라진 형.
얼마 후 아버지는 심장병으로 세상을 뜨고 맙니다.
연락할 길이 없으니 아버지 상도 작은 아들 혼자서 치룹니다.
세상을 뜨기 전에 아버지는 큰아들을 다시 한 번 더 보길
소원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3년 후, 작은 아들은 다시 형을 찾아냈습니다.
형은 서울 인사동 뒷골목 허름한 저택, 단칸방에서 세를 살고 있었습니다.
어찌해서든 자신과 같이 살고자 했으나, 이번에도 형은 완강히 거부합니다.
겨우 연락을 자주 하기로 하고 돌아섭니다.
그리고 얼마 뒤 형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사인은 심근경색.
그리고 형이 관리하던 그 집 창고에는, 각종 굴착도구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삽이며 곡괭이 등 땅을 파는 도구였습니다.
형은 도굴꾼 조직의 하수인으로 일했던 것입니다.
도굴 과정에서의 초긴장과 주변 사람들과 원만히 지내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결국 한 젊은이의 요절로 이어진 것입니다.
고분을 도굴하는 일은 혼자서 해낼 일이 아닙니다.
대상 선정을 해야, 사전 정보조와 현지탐색조가 필요하고, 그걸 총괄 지휘하는
팀장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장 도굴팀과 망을 보는 망조, 도굴꾼들이 배반 못하게 하는
단속조도 필요합니다.
그 다음은 언론과 경찰의 눈치를 보며 문제가 안 된다 판단될 때
은밀히 거래하는 역할과, 일본 등으로 밀반출 하는 조직과도 연계되어 있어야 합니다.
실지로 이렇게 일본으로 흘러나간 고대 유물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 합니다.
이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은 발을 빼기 매우 힘듭니다.
그 조직에서 평소에도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교류를 용납치 않고, 외출 외박 등도 허락
받아야 하는 감시체계 하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 조직에선 본인의 신상은 물론 고향 가족이나 형제간 또는 최근 자주 만나는
사람들 거처까지 파악하고 있으므로, 본인의 배신은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됩니다.
큰아들은 죽어서야 고향에 돌아와, 선산에 뼛가루로 묻혔습니다.
"이제야 너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되었구나" 하고
노모는 섧게 울었습니다.
'추억으로 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는 왜 주차가 서툴까? (0) | 2021.08.29 |
---|---|
나의 명예, 근정훈장 (0) | 2021.07.05 |
수염의 미추 (0) | 2020.05.11 |
꽃날을 더듬으며 (0) | 2020.04.28 |
선거철 (0) | 2020.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