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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수염의 미추

by 선 인장 2020. 5. 11.

욕실에서 수염을 깎으면서 항상 드는 의문이 있다.

   

이 작은 털 부스러기들은 어디로 가지?  

 

사람 사는 곳 어디든 주로 아침이면 깎여 나오는 이 수많은 털 부스러기들은 어디로

 

가고, 어떻게 분해되지?라는 의문에 휩싸일 때가 있다.  

 

물론 바다로 가겠지.

 

그러면 한동안 바닷물 속을 부유하다가, 물고기 뱃속도 들어가고 뻘이나 모래에

 

묻히기도 하면서 많은 세월이 지나야 분해되겠지.

 

우리는 간혹 수돗물 정수기 필터에 걸러진 수염 부스러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는 강 상류 수원에 수염 부스러기가 섞인 오염수가 유입되어 걸러지지 못하고

 

가정까지 오는 경우이다.

 

생각해보라.

 

무심코 마신 물에 눈에 잘 띄지 않는 남의 털을 섞어 같이 마시게 된다면

 

얼마나 께름칙한 일인가?!  

    

털을 가진 다른 동물들은 길게 자란다음 탈모하여 나무와 흙속에 묻혀서

 

분해되는데, 인간만이 날마다 털을 깎아 이를 물에 흘려보낸다.

 

 

 

우리나라 사람이 수염을 깎기 시작했던 게 아주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유교를 사회 이념으로 살았던 조선시대에는 깎지 않았으니 말이다.

    

개화가 되고 신문물이 들어오면서 생활의 편의를 위해 깎았던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왜 남자에게만 수염이 나는 것일까?

 

날마다 깎아내는 데 시간과 도구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다.

    

인간이 진화의 끝 지점에 이르러 다른 곳의 불필요한 곳들은 모두 털이 없어

 

졌는데 왜 턱에만 털이 남아있는 것일까?

    

혹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기 위해서?

 

수사자의 갈기처럼 남자의 위용과 성적 매력 또는 건강미를 뽐내기 위해서?

 

수염은 문명과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수염의 역사를 잠시 살피면, 수염은 남성성과 권위의 상징으로 쓰였다.

    

신 중의 신 제우스도 그러하고, 호메이니 카스트로에 이르기까지 전설적인 군주나

    

정치가들은 예외 없이 수염을 길렀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전쟁을 유발하고 이끌었던 히틀러나 스탈린의 콧수염도

    

남이 가히 따라가지 못하는 권위의 상징이었다.

    

고조선을 세운 단군에 이르기까지 수염의 역사는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고

 

길게 이어진다. 

 

또 그리스도 모세 마호메트 같은 종교지도자나 레닌 같은 사상적 지도자도

 

한결같이 수염을 권위의 상징으로 삼았다.

   

그래서인지 각종 시위나 농성장의 주최자들도 곧잘 수염을 기르고 있다.

    

머리털은 박박 밀면서도 수염은 길러서 대조의 강렬함을 보여준다.

 

 

 

요즘엔 짧은 콧수염을 기르거나 턱수염을 기르는 젊은이들도 가끔 보인다.

 

수염은 남자로서, 하얗게 세상의 때를 벗어가며 투명해져 가는 관록의

 

상징으로서의 역할도 하니 누가 이를 나무랄 것인가?!

    

수염은 나이 들어가면서 검은색에서 희게 빛바래 가면서 타인이나 젊은이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이 수염이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왠지 이질적이며 불편해

 

보이기도 하고, 잘 못 기르면 아주 추해 보인다.

    

깎기 귀찮아 방치한 것처럼 지저분하게 두지 말고, 기르려면 멋스럽게

    

기를 일이다.

    

그것이 자연보호까지 겸한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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