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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259

한재의 봄 기다리던 사람에게 시간은 더디 오고, 봄을 기다리던 사람에게 겨울도 길었어라 ! 봄! 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오늘을 기다리던 어제는 길고도 지루했습니다 겨우내 찬바람 빗질하듯 불어대던 한재 할미동산에도 봄이 와 있습니다 봄은 벌써 대지의 살을 뚫고 할미꽃 새순 밀어 올리고, 할미꽃은 붉은 .. 2008. 3. 24.
봄 풍경 한재에 올라보면 천관산으로 부터 발원한 강은 뱀처럼 긴 몸을 이리저리 구부려 바다로 바다로 흐르고, 발아래로 회진시가지가 작은 성냥곽을 모아 놓은 듯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소 빨갛고 혹은 파란지붕들. 정권이 바뀌네 구시대의 인물과 사상은 가야합네마네 등등 세상은 바쁘고 빠르게 변해가도 .. 2008. 3. 18.
천관산 가는 길 올해는 뭐든지 한꺼번에 왔다. 여름날 장마가 폭우로 내리더니 뒤이은 땡볕이 대지를 태우고, 가을이 오네오네 하더니 어느새 나락(벼)이 영글어 수확해 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느꼈다. 시월의 가을이라.. 푸르디푸른 하늘에 날마다 따가운 햇살은 가을가뭄을 가져왔다. 그래도 들녁은 풍성하.. 2007. 10. 21.
친구에게 김동규/ 10월의 어느 멋진날에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에서 몸이 달은 바람이 산과 강을 건너서 누렇게 익은 나락밭을 지나 수목에 열을 다 주고 자신은 가진것 없이 찬기를 담고 있소. 산다는 건 하나씩 알아가는 것 산다는 건 하나씩 얻어가는 것 산다는 건 하나씩 잃어가는 것 내 본디 얻.. 2007. 10. 13.
환절기 낮엔 햇살이 제법 강하더니 새벽이면 차가운 기운이 이불을 당기게 하는 게 가을로 접어드는 환절기인 모양입니다. 출퇴근 길엔 키 건정한 코스모스 빨강 하양 분홍으로 꽃 피워 가을을 먼저 알리고 지나가는 이마다에 흔들흔들 손 흔들어 반가움을 표합니다 한참 새잎을 키워가던 수목은 급하게 생육을 멈추고 잎을 노랗게 물들여 가고, 황급히 2세를 위한 열매맺기를 서두르는 모양새가 어느새 가을은 이렇듯 가까이 와 버린 모양입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지라,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힘이 약한 노인네들은 영면을 찾아 먼길을 떠나 장의사들이 제일 바빠지는 게 이 계절이기도 합니다. 아직 한창인 청년들이야 그런 걸 모르고 넘어간다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어른들은 갑자기 어깨도 허리도 아파지게 되고 잠도 오지 않는 날이 생긴 .. 2007. 10. 3.
가을의 문턱에서 가을입니다. 어느날 아침에 소슬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들녘엔 익은 벼가 황금물결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살이를 계절로 표현해보면 10대 20대는 봄이라 10대의 초봄엔 날마다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20대의 늦봄엔 호기심 어린 사랑도 하게 되지요. 그래서 하루종일 아니오는 전화를 기다리다 투정도 하고 안보면 보고 싶어 안달도 하고 잠도 설치고 한답니다. 그만큼 순수해서 격정적인 사랑을 하는 것도 이때가 아닌가 합니다. 여름은 30대에 해당되어 그만큼의 뜨거운 사랑을 하게 됩니다. 가을은 40대 50대의 계절이라 그때서야 비로서 세상도 바로 보이고 기다릴 줄 아는 완숙한 사랑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서툴고 어색하고 쑥스럽던 첫사랑 기억의 뜰을 지나 그저 내 마음을 왜 모르는지에 억지를 부리던 격.. 2007. 9. 13.
갓과 남자 갓은 원래 비바람을 가리기 위하여 머리에 쓰던 실용적인 기구였다. 형태상으로는 방갓형과 패랭이 계열이 있었고, 삼국시대로부터 발달하여 고려 말에 이르러 갓이 관모로 제정됨으로써 신분이나 관직을 나타내는 사회적 의의를 가지게 되었다 . 갓은 한자로 黑笠(흑립) 또는 笠子(입자)로 표기되며 성인남자용으로써 그 형태는 위보다 아래가 조금 넓은 원통형의 帽屋(모옥)과 아래가 둥그렇게 곡선을 이루는 차양부분으로 이루어지며 갓을 머리에 고정시키기 위한 갓끈이 있다. 비가 오면 갓 위에 갓모를 덧썼었는데 갓에 들인 관심과 정성은 의례를 존중했던 당시의 규범과도 무관치 않으며 흑색이면서도 투명한 갓에서 보여지는 미적 복식이 갖는 흑백의 조화에서 더욱 차분하며 정제된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1894년 단발령의 시행으로 중.. 2007. 9. 1.
운주사 운주사 가는 길은 화순읍에서 30여킬로를 밭따라 논따라 원만한 곡선을 이루며 이어져 있었다.길 옆에는 아직 열기를 잃지 않는 늦여름의 태양빛에 한껏 몸이 달은 깻대가 건정한 키를 자랑하며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잠깐씩 몸을 식히고 있었다.넓직한 주차장에도 정오의 햇살은 강하였다.일주문을 들어서니 삼삼오오 짝을 지은 모시적삼 노친네들과 땀에 젖은 손을 끝까지 잡고 가는 연인들, 어린아이를 어설피 안은 새내기 부부 등이 친근하다산길을 들어서니 골짜기와 줄을 선 석탑들이 눈에 차 왔다.암벽 아래 기대서서 무심히 관광객을 바라보는 석불들은, 부처가 되고자 했던 석공들의 순박한 미소를 닮아 있는 듯 했다.걸음을 늦추고 천천히 올라가며 길을 따라 쭈욱 늘어선 돌탑들마다 한참을 올려다보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불상들을.. 2007. 8. 19.
좌변기에 앉아서 서구화가 되면서 건물의 형태가 바뀌고 건물의 형태가 바뀌니 화장실도 바뀌게 되었다 집이 전통한옥에서 슬라브로 아파트로 바뀌어 가면서 화장실도 재래식에서 수세식으로, 수세식에서 발전하여 온수로 씻어주고 온풍으로 말려주는 비데로 바뀌어 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남자들의 신체 구조가 서서 조그만 일을 보는 일에 굳이 따로이 변기가 필요 없어서인지 가정집에 소변통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젠 남자들의 주 일터인 직장과 사람들이 많이 모인 음식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가 아니면 소변기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것은 과거 이 땅을 살아왔던 여인네들이 큰 소변통에 엉거주춤 쪼그려 누가 볼 새라 변변히 소변을 못보고 누가 다가오면 황급히 몸빼 입어서 옷에 지리는 등의 낭패를 당했던 것에 대한 배려여서 인지, 방에 .. 2007. 8. 12.
위도 그 뒷이야기 위도를 나와 인근에 공무원들의 주 휴가지 상록 해수욕장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변산해수욕장을 갔다. 변산반도를 돌다가 채석강에 들러 모타보트를 타보고 선운사에서 일박하기로 했다. 어디가나 사람천지라 선운사관광호텔에 마지막 남은 객실 세 개를 간신히 잡고  장어구이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인근이 다 장어구이 집인데 값이 만만치가 않다. 알려진 관광지인데도 노래방이나 주점시설들은 형편없었다. 그중 젤 낫겠지 하고 들어간 나이트클럽은 유흥주점으로 내부시설을 개조했고,  지하라 그런지 군데군데 곰팡이가 끼여 있었다. 방음이 제대로 안되어 새벽까지 노랫소리가 울려 퍼져 객실에서 새벽이 되도록  잠들지 못하였다.   다음날 콩나물해장국을 먹고 선운사에 들렀다. 계곡엔 오래된 고목들이 가지마다에 잎을 무성히 피.. 2007. 8. 8.
위도를 향하여 여름 한낮 태양은 뜨거웠고 바람은 숲 속으로 쉬러 간 시간. 여름 한낮인데도 격포항에는 안개가 끼었다. 여름휴가 절정기를 맞은 격포항 매표소에 길게 늘어선 여행객들의 가벼운 옷차림엔 기대와 설레임이 묻어 있었다. 제한된 배 공간 때문에 차량 승선은 대기표를 뽑고 순번을 기다.. 2007. 8. 7.
강변에서 지켜야할 것들. 이곳은 이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이곳은 아직 오염되지 않는 큰 강이 흐르고 있어 시골에 묻혀 살아가는 이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답니다. 인근 명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합류해서 상수원을 이루고 그 아래쪽으로 쭈욱 흘러내린 강이 흘러흘러 바다로 나아갑니다. 얼마전 상류에 대형댐이 생기기 전엔 이곳에서 직접 취수해 먹을만큼 강이 깨끗하고 맑아서 다슬기 강바닥에 지천이고 은어떼 하얀배를 내놓고 살을 찌우던 강입니다. 지금은 인공이 조금은 가미 되었다고 해도 둑을 자연석으로 쌓고 강가 수초지대가 잘 보존돼 있어 물잠자리 꼬리춤을 추고 물고기 천국인 곳 입니다. 넓은 강엔 물고기 떼지어 놀다 사람들의 발자국에 황급히 달아나고 멀어지면 다시 모이곤 합니다. 이따금씩은 장난스런 맘이 들어서 발을 멈추고 있다 물고기들.. 2007. 7. 21.
악수의 유래. 여러분, 악수의 유래를 아시나요? 우리는 사회생활을 통해서 흔히 친구나 동료나 직업상 만나는 사람과 악수를 나눕니다.남성의 경우 맘을 터놓을만큼 친밀한 사이이거나,공식석상에서 자신보다 지위나 나이가 많이 아래인 여성에게 먼저 악수를 청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더우기나 오랜만의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꼭 악수를 나누어야친밀감이 있는 듯 여겨집니다.*그러면 악수는 왜 하게 되는 걸까요?상대방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서..? 땡 ~아니면 상대방의 손을 만져보고 싶어서..? 땡~그도 아니면 상대방이 가까이 오는 순간,나를 보고 놀라서 혹 넘어질지 모름으로 사전에 잡아주기 위해서..? 땡~ 온 세계의 공통 바디랭귀지인 악수의 유래를 보면, 단순히 웃어넘길 일만은 아닌 무리생활을 하는 인간의 숙명이나 그 .. 2007. 7. 11.
은희의 첫사랑 은희의 첫사랑은 군바리였습니다.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온 시커먼 사내에게 맘을 빼앗긴 게 그 해 초여름. 봄은 웬지 만물이 솟구쳐 일어나느라 부산스럽고 사람들의 발길도 바쁘게 하다가, 초여름이 되면 제각기 아름다움을 다투며 날마다 피던 꽃들도 다투기를 멈추게 됩니다. 대부분의 수목들이 다음 해를 위해 가지마다 꽃 대신 잎을 매달아 햇빛으로 미역을 감던 초 여름날. 어디선가 찐하게 후각을 자극하는 꽃 냄새를 따라 강변을 걷던 은희의 눈에 뜨인 군복차림의 사내. 사내는 강물처럼 시종 묵묵하였고, 무심코 지나쳐 자신을 그토록 설레이게 했던 꽃향기가 밤꽃임을 알고 돌아온 길에도 사내는 그대로 앉아있었습니다. 발소리를 죽이며 조심히 걷던 은희에게,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앉아 있던 사내.. 2007. 6. 11.
밤꽃이 피면. 밤꽃이 드디어 열렸습니다. 풍성하고 푸짐하고 거기에 기대기만 해도 괜히 눈물 한 방울 나올 것 같은 살색 꽃이 마침내 가슴을 열어 제치고 피어났습니다. 아이에게 젖 물리는 엄마의 젖 냄새가 이러할까요? 구수한 숭늉 냄새 같기도 하고 비 온 뒤 고랑을 흐르는 빗물 같기도 한 비릿한 냄새에 온몸.. 2007. 6. 8.
들녘에서 지금 농촌 들녘엔, 날마다 보릿대 태우는 연기가 하늘을 메우고 있습니다. 보릿대를 태우는 연기는 다른 물건 태우는 연기처럼 맵지도 않고, 그 속에 든 알곡이 타는지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곤 합니다. 이미 보리수확이 끝난 논에는 2모작 모내기를 하는 손길이 바빠 있구요. 논에 물을 잡으려 도.. 2007. 5. 30.
어느 휴일 오늘은 사월 초파일. 무엇 하나에 온전히 자신을 투신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래도 믿음은 가지고 싶었던지 인근사찰을 들려 연등에 불 달아놓고 부처님 앞에 잠시 숙연해져서 멍한 눈 들어 석가 우러르고 왔답니다. 그곳을 시작으로 의형제 맺은 형님네와 규모와 웅장함에서 우리나라 다.. 2007. 5. 24.
백련사를 다녀옴 남미륵사를 거쳐 강진만을 구비돌아 이르는 곳에 [백련사]가 있었다.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만덕산이 어미 자궁처럼 감싸안은 곳. 사찰 뒤로는 동백나무 후박나무 차나무가 바야흐로 유록(幼綠)에서 연녹(軟綠)으로 옷을 갈아 입고 있었고, 앞으로는 강진만의 바다가 출렁대고 있었다. 2006년.. 2007. 5. 24.
아카시아 숲길을 거닐며. 철쭉이 져가는 화단을 돌아 사무실 뒤편 회령진성 오르는 길엔 아카시아가 하늘을 덮고 서 있습니다. 아카시아 가지마다 하얀 밥알 같은 꽃송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가,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밥알들을 축복처럼 쏟아냅니다. 그리고 코끝을 자극하는 찐한 향. 아, 언제였던가요? 언제나 하얀 쌀밥만을 지겹게 먹고 살 수 있을까가 아득하기만 했던 그 시절. 땔나무를 하다가.. 깔을 베다가 때 늦은 시간에 배가 고파 올 무렵, 야산과 냇가에 하얗게 달린 그 아카시아 꽃잎을 보면 잠시나마 그 허기를 잊었던 시절이 있었으니 이렇게 같은 하늘을 이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식구들은 그런 정서를 아는 이, 몇이나 될까요? 겨울이면 으례히 짚가마니를 짜서 5일장이 열리는 곳까지 십리 산길을 들쳐 메고 가서, 한 가마니당 .. 2007.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