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를 나와 인근에 공무원들의 주 휴가지 상록 해수욕장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변산해수욕장을 갔다.
변산반도를 돌다가 채석강에 들러 모타보트를 타보고 선운사에서 일박하기로 했다.
어디가나 사람천지라 선운사관광호텔에 마지막 남은 객실 세 개를 간신히 잡고
장어구이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인근이 다 장어구이 집인데 값이 만만치가 않다.
알려진 관광지인데도 노래방이나 주점시설들은 형편없었다.
그중 젤 낫겠지 하고 들어간 나이트클럽은 유흥주점으로 내부시설을 개조했고,
지하라 그런지 군데군데 곰팡이가 끼여 있었다.
방음이 제대로 안되어 새벽까지 노랫소리가 울려 퍼져 객실에서 새벽이 되도록
잠들지 못하였다.
다음날 콩나물해장국을 먹고 선운사에 들렀다.
계곡엔 오래된 고목들이 가지마다에 잎을 무성히 피어내 계곡을 덮고 있었고,
그 계곡 따라 흐르는 물엔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운사는 큰 사찰이었다.
빈객들을 위해서인지 불교를 체험하러 온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대웅전 앞에
수련원을 두었다.
대웅보전 뒤에는 수령이 백년을 넘었을 듯한 동백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와~ 아직도 동백이 피어있네” 하고 가까이 가보니 동백열매가 빨갛게 익어 가는
모습이었다.
겨울부터 봄까지 동백이 필 때 왔다면 참으로 절경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오는 길에 무안 일로에 백련축제장에 들렸다.
다음날부터 축제기간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곳엔 넓디넓은 방죽에 연들이 무더기로 솟아 있었다.
토란잎보다 넓은 연잎 사이로 이제 하나둘 흰 연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더러운 곳에서 가장 성스럽게 피어나서 불화라고 불교에서 신성 시 했다.
연방죽 사이 나무다리 중간중간마다 고대로부터 연에 대한 시를 석판에
새겨놔서 내 발길을 붙든다.
토란잎처럼 넓고 중앙이 오목한 잎이 비가 오면 어찌 감당하나 했더니,
연잎을 받히는 속이 빈 줄기가 좌우로 흔들어 빗물을 비워내는 지혜를
지니고 있었다.
특별히 약을 한다거나 손질하지 않아도 연밥은 연밥대로 뿌리는 뿌리대로
인간에게 유익함을 주니, 연꽃이야말로 널리 인간을 살피는 부처님의 은덕이고
그 덕을 실천하는 전령사인 셈이다.
귀향해서 짐을 푸니 다시 땅거미가 밀려온다.
아쉬운 맘에 인근 강진 군동면 풍동리에 남미륵사에 가서 동양에서 최대인 부처님상을
우러르고 왔다.
그곳에 부처님은 대부분의 사찰에서 대웅전에만 근엄하게 앉아 계신 것과는 달리
법당 밖 더 높은 곳에 나와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인간의 추앙만 받는 자리에서 밖으로 나와 비바람 맞아가며 더 멀리 인간의 세계를
내려다보며 인간의 허물을 감싸주려는 모습이 가슴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