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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봄 풍경

by 선 인장 2008. 3. 18.

 

 

 

 

  

 

 

 

 

한재에 올라보면 천관산으로 부터 발원한  강은

 

뱀처럼 긴 몸을 이리저리 구부려 바다로 바다로 흐르고,

 

발아래로 회진시가지가 작은 성냥곽을 모아 놓은 듯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소


빨갛고 혹은 파란지붕들.

 

정권이 바뀌네 구시대의 인물과 사상은 가야합네마네  등등

 

세상은 바쁘고 빠르게 변해가도 그 오밀조밀한 집들에서

 

역사는 이뤄져 자손은 번창해가고,  이 땅의 배고픈 민초들에게

 

자살하지 말고 살라고 남자말고도 여자를 내려준 신의 섭리에

 

따라 간밤엔 또 어느 집에서 어떤 역사가 이뤄졌을까나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오

 

조금 떨어진 곳에선 자동차와 함께 손님을 실은 여객선은

 

또 어디론가 떠나고, 반쯤 드러난 뻘밭엔 녹색의 파래들이

 

몸을 말리고 있소

 

태양은 따사롭고 불어오는 바람은 훈풍이라

 

나 보다 먼저 한재 좋은 곳을 차지한 까치는 오랜 지기라도

 

만난 듯  꽉꽉 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소

 

들녘엔 파릇한 보리 싹들이 올라오고 저수지의 물은

 

가득 차서 한산하오


 이곳엔 날마다 샘솟는 기쁨으로 할미꽃이 벌써 군데군데 무리를

 

이루었고 햇님을 향해 까치발을 하고 서 있소

 

멀리서 밭을 가는 트랙터 소리가 들려오고 어느 집에선가 밖이

 

궁금해진 황소가 목을 길게 빼서 음머~ 하고 목청을 돋우고 있소

 

이곳에서 3.29 ~ 4.6까지 할미꽃 축제가 벌어진다 하오

 

*

 

바야흐로 봄인가 보오

 

나보다도 먼저 봄을 알아차린 꽃들이 동백을 선두로 매화

 

개나리가  양지바른 곳에선 벌써 하나둘 피어나고 할미꽃은

 

벌써 수줍음으로 꽃대를 올렸소


 또 탐진천변의 벚꽃은 뭉뚝한 가지에 벌써 살빛 살결을

 

드러내고 있소

 

나같이 게으른 사람도 가만히만 있어도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리고,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어디선가 땅속으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길을 따라 야산 기슭마다 오리나무가 성급히

 

단 노오란 꽃술에 물을 뿜어 올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겨우내 바위 밑에 몸을 숨긴 고동도 자기네끼리 수군거리며

 

밖으로 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으오


사람도 절로 흥이 나는지 나이든 아낙들은 나물바구니 들고

 

들녘에서 쑥이며 냉이며 나물 캐는 손길이 바빠 있고,

 

영감들은 길가 양지바른 곳에 모여 올해의 계획도 나누고

 

대나무 발을 엮는 손길이 바빠 있소

 

그님도 봄처럼이나 피어 나소서 !!

 

 


 

- 3월 어느 날 한재에서 봄을 또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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