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으로 가기

봄비에 젖은 도화를 보며

by 선 인장 2008. 4. 9.

 

 

 

 

 

 

투표날에 종일 비가 내립니다

 

봄비는 황사로 찌든때 내려앉은 자동차 위에도.. 새순을 피워가는

 

나뭇잎에도.. 빨갛고 노랗게 핀 봄 꽃 위에도 내립니다

 

봄비 그친후 산엔 아이손 같은 고사리들이 지천으로 필테고,

 

그러면 이사람도 바구니끼고 산으로 갈 겁니다

 

창꽃 따다가 입에도 넣어보고, 꽃잎에 말초신경처럼 퍼진 혈관들보고

 

다시 한번 감탄할 테지요

 

그리고 생명에 대한 경외로 뿌듯해 할 겁니다. 

 

* 

 

뒤늦게 일어난 복숭아 꽃이 벚꽃에 지지 않으려고 더한 향과

 

색으로 날마다 피어나고, 철쭉도 곧 몸을 일으켜 창꽃이 불태운 산을

 

더욱 빨갛게 채색해 갈 겁니다

 

참, 복숭아 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나나요?

 

이사람은 도원결의와 도화색얼굴과  무당이 생각나요.

 

유비와 관우 장비가 유비집에서  고목이 된 커다란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결의형제를 맺었었죠

 

태어난 날은 각기 다르더라도 죽을땐 함께 죽자고요.

 

그때가 복숭아 꽃이 만발하여 꽃잎이 바람이 떨어질때라고 하니

 

우리나라 계절로 치면 4월말일이나 되는가 봐요.

 

근데요.

 

왜 하필 다른나무도 아니고 복숭아 나무아래에서 결의를 맺었을까요?

 

내 생각엔 아마도 그 시기에 가장 활짝 핀 꽃이 복숭아꽃이었을 테고,

 

복숭아 나무가 귀신을 쫓는 신령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신령한 나무에서 하늘에 엄숙히 고하는 마음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무당들은 예로부터 벼락맞은 복숭아나무 가지로

 

굿도 하고 귀신도 쫓았던거죠.

 

동양권에서는 이처럼 복숭아 나무가 신령한 나무였다 이겁니다.

 

한편으로는 꽃이 화사하게 일시에 피어나서는 벚꽃처럼 일시에

 

낙화해 버리지 않고, 진득하니 봄날을 참고 견디다

 

어느날 홀연히 모습을  감추는 선비의 기품도 있고 향도 야릇하니

 

사람을 매혹시키는  힘이 있지요.

 

이사람은 생각이 야해서인지 남들도 본디 그러한지 복숭아밭을 지나면

 

춘정이 막 생겨서 얼굴이 달아오르던데, 나만큼 예민하신 그님도 그래요?

 

아, 그러고 보니 복숭아꽃을 도화라고 하네요.

 

그래서 새색시가  아침에 신랑얼굴을 보고 붉히는 얼굴도 도화빛이고,

 

열여덟순이도 맘에 둔 총각을 보고서 얼굴 붉히는 빛도 도화빛이랍니다

 

그런 의미로 춘화(남녀간의 사랑행위를 묘사한 그림)를 桃色雜紙(도색잡지)라

 

부르고도 있답니다.

 

무안해서 붉히는 얼굴은 붉은빛인데, 연정으로 붉어진 얼굴은 붉은빛이 아니고

 

밝으레한 빛 즉 도화인 것입니다.

 

얼굴에 색기가 있네 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뿐만 아니라 

 

천성적으로 얼굴 광대뼈 부분이 밝으레한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이랍니다.

 

요즘에야 대부분 얼굴에 색조 화장을 하면서 볼터치로 양 볼을

 

밝으레하게 하기도 하지만, 화장이 귀하던 예전에야  양 볼이 발그레 하면

 

건강하단 의미외에 성적으로 무르익었단 의미도 있었겠지요.

 

대부분 노리끼한 동양인 얼굴만 보다  밝으레한 양볼을 보노라면

 

곱기도 하지만 보는 이마저도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니  성적인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 동물들을 보면, 암컷이 발정기에 접어들면 샅이 부풀어 오르면서

 

붉어지는데 이때의 색이 또한 그 색(종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역시나 밝으레한색) 이니  도화꽃이 핀 얼굴은  시집갈 나이가

 

됐다는 의미인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턴 도화(복숭아꽃)를 밝으레한 꽃으로 불러도 되겠지요?!

 

이곳을 출근하는 길에 마을에서 마을 앞길 가꾸기 일환으로 도화를

 

마을을 통과하는 길 양옆으로 길게 심어놨어요.

 

그곳을 지나는 기쁨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겠고,

 

그 기쁨이 해마다 피어 날테니 마을 책임자가 생각을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 마을 앞에는 해당화를 심어놔서  그 꽃들이 피어날때면

 

꼭 어린시절 생각이 나던데요.

 

마을에서 집집마다 달아논 스피커에서 [ 해당화 피는 내고향~~]

 

하고  흘러 나오면 따라 부르던 기억이 나요.

 

참, 이사람은 스피커에서 노래만 나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춤을 추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고 해요.

 

기억이 날듯 말듯 .. 그런것 같기도 한 아스라한 기억.

 

먹을것이 부족했던 그 시절이 왜 때로 그리워 지는 걸까요?

 

 

 

이천팔년 사월 구일 저녁

- 봄비와 도화를 생각다가

 

 

 


 

 

 

 

'추억으로 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08.04.23
봄날의 행복  (0) 2008.04.13
한재의 봄  (0) 2008.03.24
봄 풍경  (0) 2008.03.18
천관산 가는 길  (0) 2007.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