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가 하지다.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내는 등 봄의 부산함이 오늘까지 이어져 농부들에겐 숨가쁜 시간들이었다.
하지는 절기로 24절기 중 열 번째에 온다.
양력으로는 대개 6월 22일 무렵이다.
북반구에서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다.
동지에서 가장 길었던 밤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낮 시간 정점에 이른다.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된다.
일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지표면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게 된다.
그리고 쌓인 열에다 계속되는 열 때문에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여 더워지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장마대비를 해야 한다.
이때쯤 들녘에선 대부분 모내기가 끝난다.
절기야 농업에 맞춰져 있으니 요즘 젊은이들에겐 별 의미 없는 일이겠으나,
농사를 지어오던 조상들에겐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단군신화를 보면 환웅이 풍백(風伯)우사(雨師) 운사(雲師)를 대리고 이 땅에 내려온다.
모두 비의 신들이다.
비가 없으면 농작물이 없고 농작물이 없으면 인간의 생존은 없기 때문이다.
봄 가뭄이 들었다가 하지를 지나 장마철이 되면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린다.
사람, 사랑, 행운, 불운 등 뭐든 한꺼번에 오는 건 좋은 게 아닌데,
한꺼번에 많이 오고 때론 가물어서 적게 오는 자연의 이치를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