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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물 없는 이틀

by 선 인장 2019. 8. 6.



사무실에 갑자기 물이 끊겼다.

상수도가 들어오기 전이라 아직까진 지하수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끊긴 물.

물이 없으면 쓸 일이 더 많아진다.

점심 먹으러 풋고추 씻으려는데 물이 안 나온다.

그것도 생각 없이 고추 위에 퐁퐁까지 짜둔 상태여서 당황할 수밖에.

왜 안 나오지?

컨트롤 박스를 열어보니 수도를 담당하는 차단기가 내려가 있다.

올리자마자 책망하듯 찰칵하고 다시 내려가 버리는 차단기.

큰집에 보고하고 전기수리점에 연락을 넣어본다.

식당 외부 수돗가에서 고추를 씻어 점심을 준비하고, 손도 씻으러 간다.

화장실 물도 안 나오지, 밤에 모여든 직원들 못 씻는다 투덜대지,

수리기사는 소식 없지 막막했다.

    

다음날 아침 인근에서 집 짓는 공사장에 아는 이가 전기기사로 일하고 있어,

그 친구를 데려와 점검을 시켰다.

외부등燈에서 습기에 의한 누전은 아닌 것 같고, 모터 자체에서 합선이 되어

차단기가 내려간 것 같다는 진단.

그 후 수도 수리하는 이가 와서 모터 콘덴서 부분에 습이 차서 합선이 된 건데.

모터도 오래 되서 녹이 슨 상태라고 한다.

새 모터로 교체하고 관 연결하니 물이 펑펑 쏟아진다.

사무실에 물이 도니 비로소 살아있는 건물이 되었다.

 

우리가.. 아니 지구상에 살아 숨 쉬는 만물이 물 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

물 없이는 우리 모두의 생명은 없는 것이다.

우리는 곁에 있는 것들에 귀함을 모른다.

있으면 당연히 있는 거고, 있으니 보이는 대로 쓰는 거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 그 고마움을 잊고들 살아간다.

우리는 때로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

물이나 공기처럼 항상 내 주위에서,

나를 말없이 응원해주는 고마운 사람이 없는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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