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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벚꽃길

by 선 인장 2020. 3. 30.

 

 

 

 

지구촌 곳곳에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잔뜩 긴장하고 움츠러드는 새, 봄을 맞았다.

 

성급한 개나리가 잎보다 먼저 꽃을 가지가지에 달았고, 벚꽃은 망울 머금는가 싶더니

 

금세 하늘을 연분홍으로 물들여 놓았다.

 

 

여느 해 같으면 모두들 꽃구경에 들떠서 봄이 주는 희망의 씨앗을 품을 때이다.

 

겨우내 텅 빈 가슴을 채우려 남으로부터 올라오는 이 꽃들의 물결은 북으로 북으로

 

소식을 전한다.

 

그러면 꽃그늘아래에서 만나는 모르는 이마저 반가웁고 들뜬 발걸음으로 모두들

 

행복해 할 것이다.

 

햇님이 쉬러 가고 어둑해지면 가로등불빛에 더욱 자태를 뽐내는 벚꽃은 개울가를

 

따라 꽃길을 만들어 놓고, 야트막한 남산까지 발길을 재촉할 것이다.

 

임을 향한 마음이 너무 강하면 사람은 쉬이 늙고, 밤낮없이 진력을 다한 벚꽃은

 

오래지 않아 시들어 버린다.

 

 사람이 꽃을 보고 웃고 꽃이 사람을 보고 웃는 새,  벚꽃은 어느 날 꽃비로 자취를

 

감추고  사람들의 그런 기억마저 희미해질 무렵, 진달래가 이곳저곳에서 수북이

 

일어나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느 골에 피어나 한때를 장식한 것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간직되지 않아도 좋다.

 

한껏 피어나 잊혀져 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한껏 피어날 수 있어서 좋은 것이다.

 

그리 잊혀질 수 있어 좋은 것이다.

 

 

, 그럼 벚꽃길로 가자. 

 

굳이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이 아니면 어떠랴.

 

진해 벚꽃길 등 명소가 아니면 또 어떠랴.

 

야산자락 몇그루 아래에서 막걸리 한잔으로 시름을 달래고

 

발길 없어 더욱 호젓한 길을 한 걸음 두 걸음 세어가며,

 

살아있음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뿌듯해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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