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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못한 편지

사월의 편지

by 선 인장 2011. 4. 19.

 

 

 

겨울이 긴 탓으로 봄이 너무 짧아져 벚꽃 피었는가 싶었더니 벌써 봄바람에 날리고,

 

햇살 따사로운 뜰에 서서 점퍼 벗었더니 찬바람이 옷 올 사이로 자꾸 들어와 찬기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밤낮의 일교차는 크고 밤이면 낮에 서둘러 피어올린 꽃봉우리들이 바람에 떨고

 

있습니다.

 

아프면서 커가는 이 계절에 님은 어찌 사시는지요?

 

낮에는 따뜻했다가 밤에는 추워지고, 며칠 따뜻했다가 언제 그랬냐 싶게 찬바람

 

불어오는 이 변덕 많은 계절만큼이나 내 마음속엔 자주 파동이 일어납니다.

 

보고 싶었다가도 미워지는 애증의 교차와 일기의 교차 속에서, 때로 인간 없는

 

세상에 고고히 살 수도 없는 몸이 무얼 더 얻겠다고 허우적거리며 살고 있는지

 

의기소침해지곤 합니다.

 

산 넘어 산이라 다신 넘어지는 일 없을 거라며 굳은 각오로 살아도 회한이 남는

 

건, 이사람 야무지지 못하고 독하지 못한 탓이겠지요.

 

그러면서 다시 계절이 오고 가고 사람이 왔다가 가고,

 

실수와 애증은 반복되고 그러는 새 심약한 이사람은 때로 회의에 빠지고 맙니다.

 

그러한 게 사는 일이라고.. 그러한 게 인간이라고.. 몇 번이고 자신에게 다짐해

 

두던 차였습니다만, 낙망한 마음에 벚꽃 져가는 길 위에 서면 어느덧 초라해진

 

자신이 있습니다.

 

 

 

 

이 혼란스런 계절에 추워도..비바람 불어와도 우린 가야 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숙명을 안고 묵묵히 제 길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바람이 차다고 꽃을 올리지 못한다면 봄꽃으로 피어나지 못할 겁니다.

 

남이 쳐다봐 주지 않는다고 피어나길 주저한다면 봄철 화사한 몸짓을

 

보여주지 못 할 겁니다.

 

비바람 불어도.. 누구하나 알아주지 않는 길에서도 우린 굳건해야 합니다.

 

상대가 나의 마음을 알아 주지 못한대서..

 

아직은 시기라 아니라서 피어나길 주저하지 마세요.

 

피어난다는 것이 실상 타인의 눈길을 의식해서나 타인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아니잖아요.

 

우리도 그저 소명대로 우리의 길을 가십시다.

 

봄꽃이 날마다 다투어 피고,

 

봄바람은 자꾸 더 피어나라고 가지들을 흔들어 대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봄꽃이 더 지기 전에 서둘러 꽃밭에 나가봐야겠습니다.

 

 

- 내 빈약한 언어로 사월의 편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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