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마을에 한 소녀가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는 옆 마을에 한 남자가 살고
있습니다.
소녀는 18세, 남자는 50세입니다.
먼저 소녀의 가정을 살펴보면 청소부 일을 하는 60대의
아버지와 두 살 위인 언니가 있고 아버지의 재혼으로
맞아들인 40대 조선족 출신 어머니가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친어머니는 10년 전 가출해서 소식이 두절되었고,
그 후로 자매는 방치되다시피 살아 왔습니다.
그래서 언니는 실업고를 가서도 또래의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학교를 다니는 둥 마는 둥 하고 용돈이 떨어지면
마을 이집 저집에 들어가 돈을 훔쳐 나오기 일쑤입니다.
동네 몇 사람에게 들키기도 하여 파출소로 끌려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정을 딱히 여긴 주민들에게 훈계만
듣고 마는 형편입니다.
새 여자에게 빠져 있는 무심한 아버지가 두 자매에게
용돈을 주지 않고 새어머니 역시 따로 챙겨줄리 만무한
탓입니다.
파출소에 잡혀가도 나이가 어리고 학생이다 보니 대부분
훈방이나 잘해야 사회봉사 몇 시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어느새 훔치는 것은 습벽이 되어갑니다.
염려스러운 마음에 주민들이 아버지에게 말하면 “당신이
훔치는 걸 직접 봤느냐. 봤으면 파출소에 신고하든지
잡아먹든지 알아서 해라. 나는 모른다” 이런 식으로 고성을
질러대며 낯박살을 주니 누가 딸 간수 잘 하라고 말도
못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 한 소녀가 자랍니다.
부모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여덟살부터 방치되어 10년을
살아왔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어찌어찌 나오다보니, 가물어도
봄이더라고 왜소한 몸에도 변화가 옵니다.
가슴팍이 불룩해지고 히프도 커져 갑니다.
그런데 정신이 온전치 못합니다.
그것이 오랜 기간 방치되어 그런 건지,
태어날 때부터 2%가 부족하게 태어난 건지는 몰라도
정신능력이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하고 집에서 설거지며 빨래
등의 잡일을 하며 틈틈이 밭일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다가 “ 나, 어디 마을에 사는
누군데 알겠느냐. 어디 가느냐. 태워주겠다”고 친절히
대해준 아저씨를 만납니다.
*
한 남자가 있습니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겨우 나오고 농사일을 돕다가
스물 무렵에 돈 벌러 객지로 떠납니다.
그러나 특별한 지식도 없고 피붙이도 없는 도회지에서 누가
환영해줄리 만무합니다.
공장을 전전하다 나중엔 배도 타면서 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커갑니다.
서른 무렵에 여자를 알아 여자아이를 낳습니다.
그리고 귀향을 합니다.
첫 여자는 5년을 버티지 못하고 야밤 도주를 합니다.
가난도 문제려니와 술만 취하면 남들과 싸우다 수차례
벌금도 내고 감방도 갔다가 출감해서는 “어느 놈하고 붙어
먹었냐“고 행패를 부리기 때문입니다.
그 뒤 이 남자 딸을 방치하다시피 키우면서 이 여자
저 여자를 얻었으나 네 번째 부인까지 도망갑니다.
여자들은 주로 지역에 내려온 다방아가씨들로 처음엔 돈도
잘 써주고 밥도 사주며 환심을 산 뒤 반강제로 데리고
살았습니다.
여자가 도망가면 추적해서 붙잡아 오기도 여러 차례였지만.
어느 여자고 오래 버티지를 못 했습니다.
이 남자 한번 행패를 부리면 경찰도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못 말립니다.
또 그러한 행패는 신고해도 벌금 몇 푼 내면 되는 일이고,
자신이 특별히 직업이 없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벌금도
최하로 냅니다.
검판사 앞에선 최대한 불쌍하고 공손한 표정으로 속이기
때문이지요.
또 벌금이 많이 나오면 검찰청에 가서도 소란을 피우니
검사가 귀찮아서라도 벌금도 깎아줍니다.
이는 상습적인 폭력이나 행패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법체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
이 남자 어느 날 자신의 트럭을 몰고 길을 가다가
힘없이 걸어가는 한 소녀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달콤한 말로 소녀를 태우는데 성공합니다.
곧 맛난 거 사준다는 핑계로 인근 바닷가로 데려갑니다.
맛난 것을 사주고 연락처를 가르쳐 주고 다음 만날 약속을
합니다.
두 번째의 만남은 소녀가 먼저 전화를 해서 이루어집니다.
이 남자 대낮인데도 이 소녀를 모텔로 데려갑니다.
그 뒤 몇 번의 만남의 결과로 소녀는 임신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소녀는 남자에게 전화하는 횟수가 증가하게 되고 더
의지하게 됩니다.
숨기려 해도 배는 점점 불러오고 이 남자는 겁이 나는지
연락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는 새 소녀의 임신 사실이 소문이 나기 시작합니다.
딱히 여긴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서에 알려지게 되고 경찰은
여성단체의 뜻에 따라 이 소녀를 데리고 여성단체로 가서
조서를 받게 됩니다.
이 소녀, 서른두살 위인 아빠뻘인 이 남자에게 사랑해서
몸을 내줬고 그 과정에 강제력도 없었다고 진술합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경찰은 병원에 정신감정을 의뢰합니다.
병원에선 지적 능력이 조금은 떨어지나 완전히 이지를
상실한 상태가 아니므로 정상인이라고 진단합니다.
부모는 이에 대해 대응이 없고 그 남자에게 속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자신은 오빠(그남자)를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열여덟 소녀, 집에서 한참을 걸어 나와 오늘도 소재지
한 모퉁이 공중전화에 매달립니다.
받지 않는 핸드폰에 전화하기 위해 몇 시간째 공중전화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빠! 사랑해” 이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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