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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宮/몽궁 건설

1. 몽궁 터 파기

by 선 인장 2022. 4. 30.

이른 아침 몸과 맘을 정갈히 하고 토신제를 지내다.

 

컨테이너를 뒷밭으로 이동.

 

드디어 첫 삽을 뜨다.

 

 

 

이천이십이년 사월말일 아침이 밝았다.

 

먼저 경건한 마음으로 토신제를 지내고 컨테이너를 이동시킨 다음, 첫삽을 떴다.

 

오랜 기간 나를 불면으로 이끌었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동안 수없는 밤이 설계를 고치고 자금을 만들 궁리로 채워졌었다. 

 

그리고 시작단계도 녹록치 않았다.

 

성토와 옹벽은 진작에 이루어졌지만, 허가를 내려니 경계측량 분할측량 신청과 실측량

 

토목설계 건축설계 지목변경 고용산재보험가입 등 왜그리 절차는 까다롭고 번다한지

 

머리 무겁고 시간과 비용도 들었다.

 

 

고향이 고향은 아니더라!

 

여름이면 냇물에 알몸으로 멱감고 은어 민물게 지천이던 냇가는,

 

하천정비로 일직선화 되고 턱이져 피라미만 몇마리 노닐고 상류 댐건설로 찰박이는

 

개울로 변해 있으니, 어린시절의 기억이야 먼 옛이야기로 남았다.

 

부모님 작고 후 빈집에는 잡초만이 무성하니 고향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

 

그런대서 젊은 시절 이사하며 살아왔던 타향이 고향일리 없고,

 

첫 아파트를 분양받고 아이들을 낳았던 곳이 고향일 수도 없었다.

 

아이들에게도 세상에 빛을 처음본 병원이 고향은 분명 아닐테고,

 

부모가 살던 집으로 와 한동안 자라왔던 곳이 고향도 아닐 터였다.

 

나와 내가족, 내 형제들이 머무를 수 있고 산소라도 다녀오며 쉴 터도 필요했다.

 

내 가족들에게도 고향을 만들어 줘야 했고,

 

나의 안식처도 필요했음이니 그곳이 곧 몽궁이 되었다.

 

 

이 꿈의 궁전에 첫삽을 뜨게 되니 그 아니 감격스러우랴!   

 

이제 말고삐를 조이며 신나게 달릴 것이다.

 

3개월반 정도면 완공 되리라.

 

때로 애로도 있을 것이다.

 

장마도 통과해야할 것이다.

 

어떠랴.

 

그 모든 것이 매일의 성취감으로 기꺼워질 일인 것을!

 

이제야 나의 뜰에도 봄이 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