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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떠남

by 선 인장 2015. 7. 1.

 

 

 

 

 

 

우리는 떠나기 위해 머무는 걸까?

아니면 머물기 위해 떠나는 걸까?

 

 

수목이 제 키를 키워가는 계절에 떠나는 길은 내 오랜 열망이고,

새로난 길을 가고자 하는 욕망이었다.

일상의 새로움.

반복되는 삶속에서 새롭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가보지 못했던 길을 걸어보는 것!

약간의 두려움과 설레임을 동반한 호기심에 찬 눈으로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것이 아닌가?!

 

 

7월의 첫날.

예전에 나지 않았던 길.

그 길을 나선다.

자취방 살림도 한 트럭이더라고 어제 오후의 장맛비에 젖어가며 싸온 두세 뭉텅이의 짐을

이곳 문화예술회관에 풀었다.

아침을 신고식으로 시작하고, 이곳 사무실에도 얼굴을 내어밀었다.

초면에 기관간 개인간의 마찰을 줄이려 어제 점심을 통해 책임자와 얼굴을 익혀둔 터여서

어려움이 없었다.

제일 먼저 벽시계 먼저 걸고, 옷장에 정복을 걸었다.

공부 못하는 사람이 흔히 그러하듯 사무실에는 펜과 커터칼 그리고 풀까지 골고루도 챙겨와서

서랍에 한 가득이다.

내가 쓸 것은 한가지만 있으면 간당간당하게 느껴져 항상 두 개 이상씩을 둔다.

그러다보니 호주머니에 펜이 두 개가 꽂힐 때가 있고, 책상위엔 항상 펜이 나뒹군다.

출입을 위한 지문등록, 인식기를 통과할 패스카드 만들기, 보안서약서 작성, 개인정보이용동의서

작성, 둘이 쓰는 pc의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계정 만들기, 카카오톡 pc버전 깔기,

어제 못 다한 작별전화. 교대 근무하는 젊은 직원들 얼굴 익히기 등 시작하는 하루는 할 일도 많다.

이제 막 도착한 유치번영회와 친구의 영전 축하화분이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준다.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기억해 주고 내가 가는 길을 배웅한다는 건 어제를 살아온 보람이리라.

난 여기에서 어떤 인연들을 만나고, 어떤 일들이 나를 흔들게 될까?

 

 

나는 오늘도 머물기 위해 길을 나서고, 머물기 위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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