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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봄비 내리는 바닷가에서.

by 선 인장 2009. 3. 21.



오후엔  비 내리는 바닷가에,  서 보았습니다.

비는 썰물진 바다 갯펄사이로 난 수로를 따라

" 부웅부웅 " 고동을 울리며 지나가는 배에도 . .

드넓은 뻘밭에도 내리고 있었습니다.

맨 살을 드러낸 뻘밭 위로 조개를 잡는  몸빼차림의

아낙네 몇분이 간간이 허리를 펴고 머얼리 수평선을

응시하다,

꽃게 담긴 광주리 한번  내려다보고

다시금 조개를 잡는 평화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이 되면서  비는 폭우처럼 줄기차게 내려와

어딘가 모르게 헝클어지고 소란스러운  봄이 오는 길을

마중하는 듯  합니다.

*

빗물은,

별 볼품도 없는 카페의 후미진 자리에서 

어느 님이던가

나를 보낸 밤에 흘렸던 눈물처럼,

자꾸 얼굴을 얼룩지게 하고 있습니다.

카페 안 .

님도 울고 나도 울던 그날 밤.

눈물은 눈가를 적시고

눈시울에 다 담아두지 못한 슬픔의 덩이는

계속 얼굴로 흘러 내려와

촛불처럼 희미한 5촉짜리 전구는 자꾸 흐릿해지고

주책 없이 자꾸 닦아내는 손등까지 적시던

그날 밤 생각에 가슴이 아려 옵니다.

차창을 적시고 흘러내린 비는

떠나간 님의 눈물인양 흘러 내리고,

그럴때면 나는

한꺼번에 밀려온 보고픔에 울컥하고  맙니다.

차를 끌어 그님에게

무작정 달려도 가고 싶은 충동이 입니다.

그러나 그런 아픔으로 그님에게 다시 가서

그님 맘에 파장을 일으키고,

그님을 흔들리게 하는 게 사랑이 아님을

아는 나 이기에

이렇듯 간절한 맘이 저려 옵니다.

**

비만 오면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싶기도 하고,

님과 밀어를 나누며 즐겨 마시던 진토닉이

유난히 마시고  싶어집니다.

아마도 이사람은 아직도 정신적 허기를 못 채워서

내심 허덕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바다에 또 다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빗물로 풍요로워진 바다가  밀물로 밀려 옵니다.

허전한 빈가슴을 채워오듯

서서히 . . 서서히

빈 뻘밭을 채우고  발밑까지 차오릅니다.

빈가슴을 메꾸며 달려오는 바다 앞에서

다시금  살아갈 용기를 가져 봅니다.


감사합니다 당신,  살아있어 줘서.

 


 

- (등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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