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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香

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열차를 탔다/이정하

by 선 인장 2010. 5. 18.

 

낯선 간이역들, 삶이란 것은 결국
이 간이역들처럼 잠시 스쳤다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스친 것조차도 모르고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달리는 기차 차창에 언뜻 비쳤다가
금세 사라지고 마는 밤풍경들처럼.

내게 존재했던 모든 것들은 정말이지
얼마나 빨리 내 곁을 스쳐지나갔는지.
돌이켜보면, 언제나 나는 혼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내 주변을 서성거렸지만
정작 내가 그의 손을 필요로 할 때는
옆에 없었다. 저만치 비켜 서 있었다.

그래, 우리가 언제 혼자가 아닌 적이 있었더냐.
사는 모든 날이 늘 무지개빛으로 빛날 수만은 없어서,
그래서 절망하고 가슴 아파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나는 그리웠던 이름들을 나직이 불러보며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바람 불고 비 내리고 무지개 뜨는 세상이 아름답듯
사랑하고 이별하고 가슴 아파하는 삶이 아름답기에.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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