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언제나 갑작스럽다.
준비하고 있든, 예상하지 못했든 죽음은 언제나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일것이다.
새해를 앞두고 병상에 계신 장모님이 귀천하셨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랜기간 투병하다 78세의 아쉬운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
투병 기간은 길었으나 한동안 몸이 불편하다가 갑작스런 치매가 와서
자식을 못 알아보고, 반신불수에서 자리에 눕고 귀천하신 기간은
짧아서 고통없이 가신 탓인지 마치 잠을 자듯이 평온한 얼굴로
세상을 뜨셨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사시다가 신년을 보고 가셨으면 하는 게
자식들의 소망일테지만, 달리 생각자면 한 해를 꼬박 사시다 가신 거니
그걸로 족할 일이다.
당신을 그토록 아끼시고 귀히 여기셨다는 친정어머니의 기일에
돌아가신 걸 보니, 기일에 오신 친정어머니가 데려가신 것 같다.
장흥병원장례식장엔 삼일내내 딸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하고,
아들들의 굵은 눈물은 강을 이뤘다.
딸들이 너무 슬퍼해서 슬픔의 음파가 고막을 통해 온 몸에 뻗은
모세혈관 속의 울음인자들을 자꾸 깨워댔다.
그럴 때마다 울음인자들이 깨어나 진동을 일으켜서 온몸을 떨게
하다가 서서히 커져서 자꾸 눈으로.. 코로 올라와 슬픔의 덩어리들을
토해내게 했다.
입관할 때에는 손자들까지 어찌나 울던지 실신지경이 되어 진행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발인날 영정사진을 앞세우고 동네 앞을 지나고
집을 둘러볼 때 그 울음이 너무 커서 동네사람들도 모두 나와
소매를 적셨다.
유체는 화장 후 선산에 묻혔다.
한줌가루로 남은 허망함이었다.
평소 소원은 화장하여 깨끗한 곳에 뿌려두면 훨훨 자유로이
날아가겠다고 했으나, 자식들이 추모할 곳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화장한 후 봉을 쓰게된 것이다.
생전에 장모님은 더럽고 추한 모습을 눈에 넣지 않으려 했고,
추한 말을 귀에 넣지 않으려 하셨다.
이웃간에 다툼없이 살면서 마당에서 고기를 구우면 지나가는
주민들 쫓아가서 잡아와 먹이고 지나가는 개도 쫓지 말라하셨다.
소녀같은 마음으로 풍진을 견디며 깨끗이 살다가
천국문이 열리는 날 귀천하셨다.
유난히 사위들을 아끼셨던 장모님이셨다.
양력 2013.12.28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