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겐 매일처럼 해야할 일이 있다.
외출에 나선 여자에겐 화장이 필수이듯 남자에겐 필수적인 행사.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밖에 돌아다니기 어렵고 얼굴이 추해진다.
모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난 날엔 이런저런 핑계로 빠뜨리고 싶은 일.
무엇일까?
답은 바로 면도이다.
날마다 자라나는 턱수염은 남자들만의 상징이고 특징이다.
이 면도하기가 때론 귀찮다.
전날 밤 샤워할 때 앞당겨 면도를 했을 때나 아침 출근시간에 쫓길 때 대충 머리만 감고
출근길에 나설 때가 있다.
그런 날에는 유난히 날 찾는 이가 많다.
이게 나의 두번째 징크스이다.
어찌 괜찮겠지 싶은 날이나 출근시간에 쫓겨 면도를 못하고 도착한 사무실엔 찾아오는
이도 많고, 밥 먹자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진다.
평소엔 찾는 이 누구하나 없다가도 그런 날에면 초청이 따블되고 못가면 서운해 한다.
누가 부르면 가고 내가 부르면 안오느냐 는 식의 질투섞인 투정에는 입장이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
그 자리에 간다해도 용모가 단정하지 않으니 괜히 자신이 없어진다.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사람이 그리운 날 많아도 사람이 두려워지고 싫어져서 회피하고 싶은 날
또한 많으리라.
내 마음 속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은 항상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안보면 보고파지고 걱정도
되어 눈 앞에 아른거리지만 업무적인 관계속에선 사람이 부담스럽다.
특히 직장에서 업무적인 관계로 사람이 찾아오는 일이 반가운 사람이 있을까?
그중에는 알아둬서 손해 없다는 식의 단순한 친교적 접근도 있고, 나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는 이도 많고, 말로는 친한척 굴어도 뒤에선 험담을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다.
일케보면 사람은 그리움의 대상이면서도 짐이다.
사람은 사람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그럴려면 많은 것들을 감당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사람이나 일에 대한 호 불호를 따질 여지없이 일이나 분위기 속에서 그저 내 자리를
채우지 않으면 안 될 공동체 생활속에서 용모를 단정히 한다는 건 기본요소이리라.
까칠한 용모에서 나오는 투박한 말은 상대에게 호감을 주기 어렵고 나를 바라보는 상대에게
편안 마음을 주기 힘들 것이다.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고, 살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 자주 빠져드는 게
사람이다.
대중앞에서 간단한 인삿말이나 연설을 할 때에도 미리 어떤 행사인지 참석자가 어떤
계층인지,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 무언지 등을 사전에 아는 경우와 그 상황을 모르고
즉흥적으로 연설을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준비되어 있다는 것.
예상상황과 자기해야할 일을 미리 대비하고 나서는 길은 당당함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여자가 화장을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 하는 것 같아도 실은 자기를 바라보는 상대를
위한 일이듯, 남자가 면도를 하여 용모를 단정히 하는 일 또한 나를 바라보는 상대가
편안을 느끼도록 하는 배려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