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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착한 남자

by 선 인장 2010. 4. 9.

 

 

 

20년 전 시골로 들어가는 어느 버스 안.

 

 

하필 어떤 남자가 앉은 좌석 밑에  500원짜리 동전이 떨어져 있었다.

 

 

남자는 생각했다.

 

 

“이걸 잃어먹은 사람은 얼마나 애타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찾았을까?”

 

 

그 순간 남자는 일어나 앞좌석에서부터 뒷좌석까지 돌면서 혹시 동전을

 

 

잃어버리지 않았느냐고 묻고 다녔다.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수군댔다.

 

 

“아무리 사람이 바보 같아도 그렇지 어떻게 동전 주인을 찾겠다고 저런다냐?”

 

 

그도 그럴 것이 돈에 이름이 써 있는 것도.. 표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벌써 몇 정거장 전에 내렸을 게 뻔한 일이니 말이다.

 

 

어떤 사람이 장난스레 “아, 그 돈 내가 잃어먹었소” 하고 말하자

 

 

남자는 그 돈을 서슴없이 내어줬다.

 

 

올해 환갑이 되신 장형 얘기이다.

 

 

그 형이 30 넘어 어찌어찌 선을 봐서 장가를 가게 되었다.

 

 

고향에서 일찍 서울로 올라온 사람이었는데, 양가에서 더 급해서 두 번째

 

 

만남에선가 사진관에 약혼사진을 찍으러 갔다.

 

 

사진사는 더 다정한 포즈를 취하라고 더 가까이 서기를 원하지만,

 

 

이 양반 그 상황이 얼마나 어려웠던지 형수 옆에서 너무 떨더란다.

 

 

안 그래도 어색해 있는데 옆에서 떨림이 전해오니 더 죽겠더라는

 

 

형수의 후일담은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만약 여자라면 이런 남자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대체로 착한남자는 순진하다.

 

 

순진하다는 것은 그만큼 때묻지 않았다는 얘기이고,

 

 

때묻지 않았다는 건 인간의 추한 욕망을 익히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익히지 않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세상에 살고 있다.

 

 

인간의 추한 욕망을 익히지 않았음으로 인간 상대하는 일에는

 

 

언제나 서툴 수밖에 없다.

 

 

깡패의 여자는 미인인 경우가 많고, 순진한 남자의 여자가 미인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이유 중 하나는 나쁜 남자, 아니 속진에 적당히 때 묻은 남자는

 

 

인간의 환심을 사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 남자가 도심에서 어떤 아가씨를 알게 됐다.

 

 

지방 행사에서 미인으로 뽑힐 만큼 이쁜 아가씨였다.

 

 

아가씨는 남자가 특별한 직업도 없는 반건달이었고,

 

 

특별한 미남도 아니었으므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는 거기에 정성을 들였다.

 

 

날마다 아가씨가 있는 사무실로 꽃다발도 보내고 문자도 보내고

 

 

퇴근하는 길에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여자는 남자의 정성에 반해 남자의 청혼을 받아 들였다.

 

 

 내 동료의 얘기이다.

 

 

아마도 이럴 경우 여자는 남자가 평생 자기에게 그리 잘 해주리라는

 

 

환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거기에서 만약 남자가 “왜 나를 귀찮게 하느냐”고 짜증을 내는

 

 

여자의 말에 자책하며 물러났다면 그 미인을 얻을 수 있었을까?

 

 

인간을 상대하는 법을 모르고 자신의 감정 안에 스스로 갇혀 사는

 

 

착한남자들이라면, 내 욕망을 위하여 상대를 괴롭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책 속에 스스로가 그 길을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여자에게는 어떤 남자가 더 강하게 보일까?

 

 

여자에게는 남자가 깡패기질이 있건 깡패이건 간에,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해 주는 데에 점수를 줄 것이다.

 

 

그리고 그리 행동하는 것이 자신을 리드하는 걸로 보일 테고,

 

 

그런 남자가 사회생활을 훨씬 잘 할 걸로 믿을 것이다.

 

 

즉 여자에겐 착한남자 보다 나쁜남자가 더 강해 보이고,

 

 

더 강해 보이는 쪽에 자신을 투자한다는 말이 되겠다.

 

 

 

 

이 시대는 더 이상 착한남자를 원치 않는다.

 

 

착하면 바보인 세상이다.

 

 

그것은 성장위주의 경제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성장위주의 사회가 도시화를 만들고 도시화는 인간들을 도시로

 

 

불러 들였다.

 

 

도시는 하나의 유기체로 그 안에서의 생존을 유지하려면,

 

 

상대에게 속지 않아야 함은 물론 때론 상대를 속이고 상대 것을

 

 

빼앗아 와야 하는 생존법칙을 만들었다.

 

 

착한남자!

 

도시화 · 물질만능의 이 세상은 남의 것을 빼앗아 올 줄도 모르고,

 

빼앗겨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마는 소심한 남자가 살아가기엔

 

너무 척박한 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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