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거리에 서면 방황하는 잎들의 몸부림이 처량하다.
한때 먼 나라 공주의 사랑얘기를 들려주고 미래를 꿈꾸며 나누었던 수많은
나뭇가지와의 밀어들은 기억마저 가물거리는 옛일이런가.
정열로 일렁이던 녹색의 꿈들은 하루아침에 거리에 내동댕이처지고,
아름답던 순간들은 석양빛으로 퇴색되어 버렸다.
내려놓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던 가지는,
돌아선 여인 같이 붙잡은 손을 뿌리치고 매몰차게 계절 속으로 사라져갔다.
실연당한 잎들이 거리에 나뒹군다.
일년 중 11월은, 항상 나를 메마르게 한다.
해마다 목감기와 함께 찾아와 몸살을 앓게 하고, 나를 뜨겁게 달궜던 기억들은 떠돌다
회오리쳐오는 낙엽들처럼 빈 가슴을 뚫고 나오려한다.
누가 볼 새라 숨소리 죽여 가며 안으로 안으로 침잠해가 계절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상심한 낙엽 하나 바람에 날리어 가슴 속에 날아들고, 하나둘 모여든 낙엽들은
물기 없는 몸들을 부딪쳐 서걱이다가 제 멋대로 흩어져간다.
아무 연락도 준비도 없이 아무데나 혼자서 훌쩍 떠나볼까?,
퀭한 눈을 들어 어디선가 왔다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바람을 좇는다.
그래, 가을바다로 가자.
수평선 아득한 곳으로부터 실려 오는 해조음을 들어보자.
바다는 여느 때처럼 평온하였다.
그리고 바닷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