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꽃 필 때 차가운 바람 불어오고,
알곡 여물어갈 때 사나운 비바람 불어왔어도 들녘의 곡식들은 튼실한
열매를 달았습니다.
산다는 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위의 비바람을 맞아들여야 하고 견디어 내야 하는
일이라지만, 말 못하는 곡식이라도 이 시련을 견디기가 쉬웠을까요?
누가 알아주지도.. 쳐다봐주지도 않는 그 순간순간들의 고통 앞에
무릎 꿇지 않고 버텨낸 끝에 이루어낸 성과인 게지요.
그 고난의 세월을 지나 이제 들녘은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풍요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곡식도 그러할진데, 궁벽한 곳에 사는 사람인들 희망이 없었겠습니까?
매일,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조심조심히 내딛는 걸음이 마침내는
그님에게 이르길 기도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사노라면,
비바람 치는 날 많고 이 악물고 버티려도 때로 저절로 흔들리던 몸짓.
키 세워 자태를 뽐내지 않아도 비바람은 날 가만두지 않고,
낮은 곳에서 내 주위 살피고자 해도 비바람에 옷깃 적시니,
산다는 건 이제껏 살아온 지혜로도 어려운 일이라
현실이 고달파 하루하루는 힘든데 또 한달이 가고 있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또 일년이 가고...
그저 신이 준 망각의 힘으로 어제를 잊고 내일을 살아가요.
몇 번의 태풍이 마구 흔들어대도 우린..
내일을 꿈꾸는 우린..
오늘을 굳건히 버텨갈 겁니다.
그리하여 나는..
언젠가 나는..
당신을 보고야 말 것입니다.
기어이 보고야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