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천지절에 동안도 아픈데 없이 몸 성히 계신지요.
덥다덥다 해도 올해만큼 더울까요?
지난해 더위를 잊은 탓인지 올해는 유난히도 무덥게만 느껴집니다.
낮에 어쩌다 밖을 나갈 때에는 살갗이 금방 시커멓게 타는 것 같고,
밤엔 잠 못 이루는 날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집은 그렇다 쳐도 사무실 2층 숙직방에 창문을 열어두면 밤이 익을수록
쌩쌩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소음으로 간신히 든 잠을 깨게 되고,
창문을 닫자니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아 베개를 끌어안고 몸부림칩니다.
1층 사무실로 내려가자니 여러 사람이 불편해 할 것 같고,
선풍기 한 대 살 자금조차 없는 작은 살림살이가 다른 방에 있는 선풍기까지
가져오게 합니다.
근데 선풍기 머리맡에 두거나, 얼굴에 바람 직접 오면 머리 아프잖아요?
그래서 생각한 게 바람 방향을 발에 맞추는 거랍니다.
당장 시원해지지 않더라도 약하게 발에 맞춰 두면 저녁 내내 틀어놔도
머리 안 아파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덥지도 않고 잠이 잘 오는데,
여름엔 발을 시원하게 해주고 겨울엔 따뜻하게 해주면 잠이 잘 오죠.
어릴 때 겨울이 오면 소에게 볏짚으로 짠 두대를 저고리처럼 만들어
입혔어요.
아무리 사방이 닫힌 마굿간이라도 찬바람은 비집고 들어와 소도 추워하거든요.
소도 긴긴 겨울날을 편히 잠들기 힘든데, 그리 옷을 만들어 입혀 놓으면
추위타지 않고 겨울을 잘 나게 된답니다.
언젠가 “왜 소에게 두대를 입히냐"고 물었더니 아버지는 그리 말하셨지요.
“소는 배가 따땃해야 잠이 잘 오고, 사람은 발이 따땃해야 잠이 온단다”라고요.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겨울에 발을 이불 밖으로 내 놓으면 몸이 움츠려들고 잠이 안 왔어요.
겨울날 초저녁에 불 때둔 온돌방이 식지 말라고 미리 이불 깔아두어도
한밤중이 되기 전에 식어갔지요.
잠 잘 시간이 되어 무거운 솜이불을 여러 형제가 덮게 되는데.
얼굴을 덮으면 발이 나오고 발을 덮으면 얼굴이 시리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얼굴과 팔이 시린 것보다 발이 시리면 잠이 오지 않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대부분의 뭍에 사는 모든 동물들에게 여름은 힘든 시기입니다.
너무 뜨거워 제대로 운신을 못하게 하죠.
여름은 식물들을 위한 계절입니다
육지의 동물들이 더위에 다들 지쳐갈 때,
식물들은 따가운 햇빛아래 부지런히 제 몸통을 늘리는 계절입니다.
한 해 동안 부지런히 자라나서 후손을 잉태하려는 몸짓이죠.
이는 한 겨울의 모진 추위를 견딘 것에 대한 보답인지 모르겠습니다.
일케 세상엔 음양이 존재합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무엇으로 덕을 본 사람이 있으면 어떤 사람은 그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게
이 세상의 법칙이죠.
아니 대자연의 법칙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늘 힘들다면 더 좋아해하고 신나해야 합니다.
왜냐면 오늘 힘든 일을 겪었으므로 내일은 더 좋은 일들이 생기지 않겠어요?!
당장 내일이 아닐지라도 좋은 일들은 내게 오기 위해 줄을 서 있다는 말입니다.
보고 싶습니다.
보고픔이 정오의 햇살처럼 쏟아져 오는 이런 날이 있어 좋습니다.
간절해지는 날이 있어 좋습니다.
보고 싶다는 맘이 켜켜이 쌓인 담에 담에.. 그러고도 아니되면 그 후제에,
당신을 보게 된다면 나는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니 오늘 봐 버린 것보다,
오늘은 보고 싶다는 맘만 가지고 있다가 정히 못 참을 때 쯤에 당신을
봐야겠습니다.
보고 싶었다는 엄살마저 안 나오게끔 그 순간순간들이 귀하게 말입니다.
그날엔 모든 할 말 접어두고 가만히 손만 잡아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