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급했던지 한겨울의 추위 속에서 세상구경을 나왔다
그래서 살아온 날 동안 항상 추워했던 걸까?
궁벽진 산골에서도 일할 생각 않고 한평생 책상 앞에서 공자왈 맹자왈 책상물림을 하면서도
둘째마누라까지 봤던 5촌 할아버지가 내 이름을 지었다.
우리나라 남자이름들은 보통 이 억센 세상 속에서 살아남으라고 항렬로 내려오는 돌림자에 붙여
큰대 클태 강할강 아니면 밝을철이나 밝을명 어질현 등을 썼다
큰사람이 되라고 쌀 한 말을 주고 지었다는 강도 아니고 대나 태도 아니고 현도 아닌 내 이름이,
살아오는 내내 불만이었다.
한때 개명열풍이 일 때, 어쩐지 유해보이고 약해보이는 이름을 바꾸고픈 충동도 느꼈었다.
내 이름엔 별 뜻도 아닌 강이름이 들어있다.
너무 튀지 말고, 조용히 제자릴 지켜가며 막힘이 오면 돌아가는 지혜로 한 세상을 강물처럼
살라고 그리 지은 것 같다.
물은 산과 함께 우리 인간들을 지켜주는 자연계의 수호신이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산은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그 무게가 있고, 물은 어디론가 끊임없이 흐름으로써 그 존재를
증명한다.
2017년의 끝자락!
나는 지금,
어느 골짜기 냇물로 흘러 인생이란 강으로 흘러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