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때아닌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뭄이 해갈되지 않은 채 맞이한 새해!
그토록 목말라하던 대지를 적시는 비였다.
빗속에서 퍼져나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관절차가 진행되었다.
영정사진 위로 한두방울 떨어지던 빗물이 눈물인양 흘러내리고 있었다.
5여년동안 병석에서 고통받던 어머니가 동짓달스무날 귀천하셨다.
양력으로는 '18.1.6일 동튼 후 09시30분.
봄은 아직 희망속에나 있을 시기다.
대지도.. 사람도 목말라하고 추워하던 올겨울날들을 어떻하든 보내고 꽃 피는 춘삼월에
돌아가셨으면 하는 가족들의 바람을 뒤로하고 뭐가 급했던지 먼길을 재촉해 떠나셨다.
평생 손에서 호미를 놓지 못하시고 맞아들인 해가 향년 88세.
오랫동안 자신이 남편과 같이 개간해놓은 산비탈 다랑치논을 남편사후 가족묘터로 만들어 놓고,
큰집선산에 있던 시부모와 남편의 묘를 옮겨왔었다.
자신의 가묘假墓는 남편옆에 나란히 만들어놓고 이따금 찾아보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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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나절 여기까지 쓰고 한 줄도 못 쓰고 언젠가 먹다둔 싸구려 고량주를 혼자 홀짝이다
더 이상 슬픔에 빠지기 싫어 어매가 날 아프게 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려 애썼다.
밖에는 눈이 종일 내리고 삶과 죽음이 멀리 있지 않음을 다시 생각했다.
그러다가 꿈결인듯 생시인듯 역력하게 "울지마라, 목 쉰다" 하는 음성을 들었다
아부지 시신 앞에서 섧게 울던 내게 어매가 하던 말이었다.
그 어매는 가고 없고 이제 '울지마라' 하는 이는 형제가 카톡으로 올리는 글뿐이니
더욱 설움에 복받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