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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말 하기

by 선 인장 2010. 8. 6.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더 정확히는 이야기 하기를 좋아한다고나 할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업무 얘기든 옛날 얘기든 .. 꽃이 피고 지는 얘기든..

 

조용하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나는 어린시절 책읽기를 좋아해서 동화속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고,

 

기억력이 좋아 어른들이 해주는 이야기도 잊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친구들에게 들려 주기를 좋아했다.

 

때론 선생님 수업 대신 교탁에 서서 옛이야기를 하던 것이 엊그제 같다.

 

나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사람씩의 표정을 살핀다.

 

내 얘기를 신기해 하며 귀가 쫑긋한 아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호기심에

 

반짝이던 눈동자들.

 

무서운 귀신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뜸을 들이거나 목소리를 낮추면,

 

부시럭 거리는 소리조차 크게 들리던 교실 안.

 

나는 한때 아이들의 이야기 선생이었다.

 

 

 

말!

 

말이란 게, 특정한 형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번 내뱉어 놓으면 주워 담기

 

힘들기 때문에 말하기를 조심해야 한다.

 

말 한마디로 서운해지고 말 한마디로 싸운다.

 

오래 사귄 사람도 말 한마디에 오해가 생겨 등을 지게 된다.

 

 

 

그러면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을 가장 잘하는 방법은 입을 다물고 말을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소통을 위해 말을 안하고 살 수가 없는 사회생활에서,

 

어찌 말을 안하고 살것인가.

 

여기에서 말을 안한다는 것은 얼굴로 상대에게 반가움을 표하고

 

상대의 눈을 응시하면서 때로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주억거리되,

 

내 의견을 내세우지 않음을 말한다.

 

그 다음 말 잘하는 방법은 듣기는 많이, 내 얘기는 적게 하는 것이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경청해 주고 때로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고

 

"맞아 맞아" 하면서 맞장구를 쳐준다.

 

이리 대화를 끝내고 나면 상대는 나에게 굉장한 호의를 가지게 되고,

 

내가 담에 무슨 말을 하든간에 내 말을 들어줄 것이고 나의 편이 되어

 

것이다.

 

 

 

나는 말을 잘못한다.

 

나는 상대에게 자꾸 얘기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상대보다 내가 더 알고 있고 말을 더 잘한다는 자만심이 아니라,

 

나의 입장이나 견해를 하소연하듯 얘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무식한 사람이 흔히 하듯,

 

사람 많은 곳에서나 음식점에서 큰 소리로 얘기하지 않는다.

 

소음이 없거나 적고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쓰지 않을 조용한 장소에서

 

조용조용히 얘기하길 좋아한다.

 

나의 이야기나 상대의 말이 소음에 묻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얘기를 해가다가 상대 표정을 가만가만히 살피며 반응이 없거나

 

못 알아먹을것 같으면, 다시 부연설명해 가며 이해 시키려 노력하다보니

 

말이 많아진다.

 

상대가 내 맘을 아려니 하고 말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말이 앞서가는 이 시대에 살면서 입에서 만들어 낸다고 다 말은 아니다.

 

그러나 몸짓 표정 등 비언어적인 것도 말이된다.

 

그러니 얼굴을 온화히 하고 미소를 띄며 조용히 들어주는 것,

 

때로 고개를 주억거려 동의해 주는것 이 또한 말인 것이다.

 

말을 잘 하는 법은 비언어적인 언어를 더 많이 잘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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