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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香

목련

by 선 인장 2016. 3. 17.

 

 

 

 

 

 

때가 되면 절로 피는 줄 알았다

봉우리 실핏줄 터트리면 봄인 줄 알았다

잎보다 먼저 피는 것이 속성인줄로만 알았다

 

목련은

절로 피어나는 게 아니었다

하릴없는 몸짓도 아니었다

 

 

늦가을 잎 진 뒤부터

날마다 물을 길러

깍지 안에 꿈을 담아

 

 

찬비 내리는 날이나

가지가지 위에 눈 쌓이는 날이나

북풍한설 몸을 흔들어 대던 날엔

기다림을 잉태하고

 

 

가로등 불빛 서러워

괜히 눈시울 적시던 날에나

잿빛하늘 낮게 내려오는 날에

속울음 차곡차곡 개어 두었다가

 

 

타는 불꽃으로 봄을 불러와

순결한 빛을 모아

가지가지 위에 연등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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