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가기 봄비속에서 2 by 선 인장 2008. 5. 6. 창밖으로 비가 나립니다.비는 앞이 안 보이게 우두둑 쏟아지다가도 가늘어 지고,그쳤다 싶으면 다시금 창을 때립니다.그래서인지 창밖으로 뵈는 산이 더욱 가까와져 있고,수목은 푸르름을 뚝뚝 덜구고 있습니다.산은 이 비를 고스란히 머금어 열여덟 가시내의 가슴팍처럼 봉긋하게 취나물.. 고사리를 밀어 올릴테지요.주말엔 산엘 갔었답니다.고사리가.. 정말 아이주먹같은 손을 움켜쥔 고사리가 가시덤불과 잡목들 속에 수줍게 피어 있었습니다.[잎새 뒤에 숨어숨어 핀 산딸기 지나가던 나그네가 보았습니다 ~~] 갑자기 그 동요가 생각났습니다.아직 햇살이 두려워 나무그늘에 수줍은 새악시 고개짓으로 피어 있는 고사리.잎이 없이 맨몸으로 세상에 나온 부끄럼일까요?자꾸만 얼굴을 가리려 나무와 갈대사이로 숨어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나신(裸身)으로 아직은 세상에 맞설만한 억셈을 못 갖춘 탓에 나무잎새 사이로 스며든 햇살에 얼굴을 붉히고 있었습니다.그 고사리를 한망태기나 꺽어서 병어찜을 해놨더니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고사리와 취나물 된장국도 향과 맛이 끝내주고요.*들녘 아직 모내기전인 논엔 자운영이 서로 작달막한 키를 자랑하듯 팔을 위로 치켜올리며 이쁜 꽃들을 피워내고, 산엔 철쭉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려 탐스런 꽃봉우리를 열어젖히는 계절입니다. 오늘아침 내린 비로 어깨를 적시던 사람은 그게 증발하면서 내는 쾌쾌한 냄새에 불쾌해 하기도 하고,그리고 비가 오면 어디서 기다리기라도 한 듯 일제히 거리로 나오는 차량들 때문에 출근길이 막혀서 짜증난 사람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그러나 좀 막히면 어때요?오늘같은 날에는 좀은 눈치를 보겠지만 회사에 사전에 전화 해두면 대부분 이해를 할것이고,그럴 자신이 없다면 조금 일찍 출근길에 나서서 차창을 때리는 빗줄기에 닫혀 있던 맘을 한껏 열어보는 게 어때요?비가 내게 준 혜택과 산야에 희망처럼 솟아오를 고사리를 생각하면서요.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아직도 못 다한 이야기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추억으로 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날 이야기 (0) 2008.05.31 감자의 계절 (0) 2008.05.18 봄비속에서 1 (0) 2008.05.05 길 (0) 2008.04.23 봄날의 행복 (0) 2008.04.13 관련글 옛날 이야기 감자의 계절 봄비속에서 1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