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으로 가기

부처님 뵈러 가는 길.

by 선 인장 2010. 5. 25.

 

눈이 부신 날.

 

부처님은 이런 광명으로 이 세상에 오셨는가

 

햇살이 온누리에 가득하였다.

 

들녘엔 1모작 논은 물을 잡아 갈아놓고 모심기를 준비 중이고,

 

2모작 논에는 보리가 피고 있었다.

 

산 위에서 인간사 궁금한 찔레는 인도 쪽으로 내려와 길을 지나는 손님들을 환영하듯 

 

흰옷을 입고 합창하고 있었다.

 

향기에 취한 꿀벌들은 바빠있고, 외가리는 강에서 물고기 잡다 긴 목을 빼어 간간이

 

주위를 둘러보다 눈을 꿈벅이며 외다리로 서 있곤 하였다.   

 

마음 넓고 유순한 오동나무는 남들보다 큰 손들을 펴서 햇볕을 모으며 연자주색 꽃들을 

 

피워놨다.

 

 

신흥사엔 며칠 전부터 신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나이든 보살님들이 바쁘고  

 

대웅전엔 부처님 전에 무병장수와 극락왕생을 비는 염원으로 합장을 하고 절을 하는

 

모습들이었다. 

 

조용한 사찰에 모처럼 사람들이 붐비고 신도들을 실어 나르는 택시도 신이 나고,

 

주차장도 차량으로 꽉찼다.

 

뭐든지 사람이 하기 나름이다.

 

조계종 말사라 해도 될 조그마한 사찰에 신도가 늘어나고 찾는 발길이 잦아지더니

 

사찰 입구까지 포장이 되고 사람의 훈기로 사찰이 생기를 되찾았다.

 

 

더 따사로워진 햇살을 밟고 서쪽으로 달려 남미륵사에 도착했다.

 

입구에 화재 예방과 진화를 위해 소방대가 천막을 쳤고 신도와 지방선거 특정후보

 

홍보를 위해 열지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강진군 군동면에 위치한 남미륵사는 불사를 계속 일으켜 산 하나가 그대로 절터가

 

되었다.

 

만불전에 도착하여 불이문을 통과하였다.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으로 부처에게 이르는 길이다.

 

부처님과 부처를 닮고 싶어하는 신도들이 불상들을 하나씩 모아놓은 만불전에

 

들어서서, 부처님 미소 대하고 저절로 엄숙해서 절을 올리고 합장해본다.

 

부처님을 뵙고 소원을 빌기 위해 복도를 따라 죽 이어진 길을 따라 마니차를 돌린다.

 

'마니차'라는 손으로 돌리는 원통이 있다

 

마니차 안에는 불경이 들어있어 마니차 하나씩을 돌리면 불경 한권을 읽는 효과가

 

있다는데, 과연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간절한 소원을 담아 마니차 하나씩

 

돌리다보면 정말 부처님이 소원 하나쯤은 들어줄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불경을 꼭 읽어야만 부처가 되는 건 아니리라.

 

부처님을 닮고 싶어하는 마음.

 

부처님처럼 크고 넓게 살려하면 그 또한 부처가 아니겠는가

 

 

만불전을 나와 대웅전은 가지않고 순천 송광사로 향했다

 

길 가 나뭇잎조차  연록에서 초록으로 바뀌어 가는 계절.

 

메타세콰이어 길은 사열받는 병사들처럼 양켠으로 줄지어 서서 장검을 치켜들고

 

환호하였다.

 

부처님은 참 좋은 계절에 이 땅에 오셨구나. 

 

송광사에 이르는 도로는 차량으로 메워져 일찌감치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보고

 

주차장을 포기하고 옆으로 빠져 산길을 오르다 밭 한귀퉁이에 세우고 걸었다.

 

관광버스까지 뒤엉킨 주차장은 오도가도 못하는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송광사하면 계곡이 유명하다더니 계곡을 흐르는 물은 맑고 깨끗했다.

 

냇가 위에 연등을 달아논 모습도  이채로웠다.

 

송광사 松廣寺.

 

그야말로 소나무 뜨락에 들어선 절인데, 날렵하게 위로 뻗은 소나무 군락 속으로

 

자꾸 졸참나무들이 파고들어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송광사 입구엔 각설이까지 와서 가위장단으로 춤을 추고 물을 파는 상인들도

 

모처럼 재미를 보고 있었다.

 

조계산 북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송광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인

 

승보종찰(僧寶宗刹)의 근본도량으로서,한국불교와 역사를 함께해온 유서깊은 고찰이다.

 

송광사는 신라 말 혜린(慧璘)선사에 의해 창건되어 송광산 길상사라고 하였다한다.

 

점심공양 시간이 되어 길게 선 줄을 따라 서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줄에서

 

포기할까 망설이다 예까지 와서 공양을 않고 가자니 그 기회가 언제 올까싶어

 

기어이 점심을 먹고 내려왔다.

 

여러곳에서 점심공양을 베풀었는데도 밀려든 신도들과 객들이 너무 많아  접대하는

 

일을 맡은 스님과 보살님 처사님들이 땀을 흘렸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여 과연  송광사가 세간에 널리 알려질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웅전 앞에는  국악과 현악 합주로 작은음악회를 열렸다.

 

대웅전 벽화를 따라 돌다가 열어논 문을 통해 뒷문 속에 또 하나의 벽이 있고,

 

그 벽면에 부처님을 모신 석대가 있었는데, 그 받침기둥 하나하나에

 

일일이 연꽃과 부처님 공덕을 새겨 놓은게 눈에 확 들어왔다.

 

보이지 않는 곳.. 누가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수행을 해가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아닐까?

 

 

내려오는 길.

 

남녀노소 외국인까지 많았는데 사람 얼굴은 어찌 하나하나가 그리 다른지

 

새삼 신기해졌다.

 

오르고 내려가는 길 위에서 지나치는 그들은 무엇을 마음에 담고 있고,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또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그리고 그들의 눈에 잠시 비친 내 모습은 어떠할까?

 

업을 다 내려놓고 오질 못하는 중생의  머리 위로 햇살은 더욱 강하게 대지를 뒤덮고,

 

5월의 하늘은 맑고도 맑았다.

 

 

 

 


'추억으로 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술  (0) 2010.06.11
팔자  (0) 2010.06.10
신 양반상놈  (0) 2010.05.10
이 사회를 온전한 정신으로 버티고 살아간다는 건.  (0) 2010.05.03
어떤 부부.  (0) 2010.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