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 이름은 너무 단순하다.
태어난 지역이나 성별이 내 의지가 아니듯이, 내 이름도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붙여진 거지만, 때로 내이름이 촌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대부분의 사내 이름처럼 굳셀강이나 쇠철이나 밝을철 또는 이룰성이나 성할성
자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숫컷웅이나 웅장할 웅자도 아니고,
큰대자나 나라국자도 들어가지 않는 밋밋한 이름인데 뭔가 빠진듯이 때로 아쉽다.
때로 일이 안 풀릴 때에나 내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지 못하고 촌부로 늙어가는
것을 가만히 생각자니 이름이 안 좋아서 이리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름!
세상이 존재가치에 대해 붙여준 표찰.
어릴 적부터 누구란 특정을 하기 위해 붙여져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불리우던 이름.
왜 내 이름을 부르면 나는 돌아보게 되고 거기에 응답하는 걸까?
언어가 무리 인간의 약속이듯이 내 이름은 내존재의 호칭이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 사람, 특히 남자의 이름은 너무 단순하다.
성 하나에 이름 두자.
성은 피의 내림이고, 이름 중 한자는 그 가문 항렬의 돌림자이다.
그러면 정작 나 고유의 의미란 것이 겨우 한자로 표기된다는 말이 된다.
무슨 가문의 무슨 항렬을 가진 누구인셈인데, 누구인 나는 겨우 한자로
표기되는 사람인 것이다.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 때문에 이름 짓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을 이름이 한정되다 보니 동명이인이 너무 많고, 그마저도 한마을 내에도
같은 이름이 많다고 한다.
한학을 공부하시던 작은할아버지에에게 쌀 한 말을 주고 지어 왔다는
내 이름 석자.
지역 전화번호부를 보면 같은 이름이 의외로 많다.
우리 회사원들 이름을 검색해보면 내이름을 가진 사람이 10명쯤 된다.
아무리 평범한 이름이라도 전국적인 조직이라 동명이인이 많은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내이름을 쓰는 여직원이 없고, 한글이야 같지만
한자로는 달리 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나도 애들 이름짓기가 쉽지 않았었다.
특별히 좋은 이름을 지으려는 욕심 없이 그냥 평범하면서도 흔치않는
이름을 짓는 일인데도 말이다.
그런다고 나와는 생판 모르는 작명소에 가서 돈을 주고 이름을 사오는 것도
내키지 않아 어찌어찌 지었다.
애를 낳고 나서가 아니라 성별이 판가름 나기 이전부터 고심해서 지은
이름들이었다.
사천만 국민이 통상적으로 지을 수 있는 이름 석자가 너무 적기 때문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흔해진 이름을 피해 언젠가부터 앞뒤로 바꿔서 이름을
짓고 있다.
그래서 영자는 자영이가 되고 철수는 수철이가 되었다.
차츰 여성해방론자들이 부모 양성을 쓰기도 하지만,
그 외로도 이름은 반드시 두자로만 지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름은 반드시 두자여야만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걸까?
'김 푸르네' '이 좋은나라' '박 찬란하리' 등으로 지으면 안되는 걸까?
한자문화권이어서 힘들다면 '김 대한민국' 이런 식으로 지으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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