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산에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람은 보성 득량만의 짭조름하면서도 눅눅한
해무를 담고 있었다
바람이 데려온 안개가 어떤 곳은 3미터 앞을 분간할
수 없게 산을 덮고 있어서 마치도 꿈결같기도 하고
구름에 내가 떠 있는것 같기도 하였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부처님도 이러한 의문으로 부터 답을 구하기 위해
고행의 길을 떠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은 어디로 가고 나는 또 어디로 가고 있나
뒤돌아 서자니 하이얀 안개숲이요
앞으로 가자니 하이얀 안개뿐인데,
지나온 길은 아슬 하였다
날이 좋은데도
깍쟁이 철쭉이 올해는 늦게 몸을 열려는지
좀처럼 만개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봉우리만 연분홍 빨강으로 채색한 채 바람을 견디고
있었다
안개속에서 잠깐씩 길을 잃었다
앞서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발자국만 남았고,
되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오른듯 싶어 되돌릴 수도..
앞으로 가기도 막막한 안개의 바다에 서서
나의 지나온 길을 회상해 보았다.
어찌보면 회한뿐인 인생길에서 그래도 추억할 수 있는
이 있어 좋다
이 길이 당신에게 이르지 않아도 좋다
우주를 떠돌며 억겁의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레
운명처럼..
숙명처럼 만날 당신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