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어느날 아침에 소슬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들녘엔 익은 벼가
황금물결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살이를 계절로 표현해보면 10대 20대는 봄이라
10대의 초봄엔 날마다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20대의 늦봄엔 호기심 어린 사랑도 하게 되지요.
그래서 하루종일 아니오는 전화를 기다리다 투정도 하고
안보면 보고 싶어 안달도 하고 잠도 설치고 한답니다.
그만큼 순수해서 격정적인 사랑을 하는 것도 이때가 아닌가 합니다.
여름은 30대에 해당되어 그만큼의 뜨거운 사랑을 하게 됩니다.
가을은 40대 50대의 계절이라
그때서야 비로서 세상도 바로 보이고
기다릴 줄 아는 완숙한 사랑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서툴고 어색하고 쑥스럽던 첫사랑 기억의 뜰을 지나
그저 내 마음을 왜 모르는지에 억지를 부리던 격정의 강도 지나
이제 배려하고 용서하고 이해해주는 넓직한 뜰 앞에 와 있습니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랑.
기다려 주는 사랑.
바로 보이는 사랑의 계절에
그님의 사랑도 알알이 영글어 가길 바랍니다.
바야흐로 들녘엔 오곡이 익어가고,
과실나무마다에 큼지막한 과실을 달았습니다.
풍요와 결실의 계절입니다.
이때쯤이면 님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몸 성하시길.....